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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갈 때 눈 깜박, 헛기침 … 병원 가보니 "틱장애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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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초등학교가 일제히 개학한 3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3학년 김동현(9·가명)군은 뭔가 두려운 듯한 표정이었다. 김군은 복도 한쪽 구석에서 가방을 멘 채 30분가량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친구들이 말을 걸면 잠깐 눈을 맞출 뿐이었다. 등교 시간인 8시40분이 지나도 꼼짝하지 않았다. 지나던 교사가 “몇 반이냐”고 묻자 “(학년이 바뀌어) 몇 반인지 몰라요. 몸이 안 좋아요”라고 힘없이 대답했다.

 개학을 맞아 ‘새학기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이 많다. 새학기증후군이란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생긴 스트레스에 따른 일종의 적응장애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배주미 팀장은 “해마다 새 학기 초가 되면 (새학기증후군) 관련 상담이 늘어난다”며 “특히 학년이 바뀌는 봄학기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증상은 다양하다. 주부 서모(39·경기도 안양시)씨는 지난달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틱장애(Tic disorder)’ 진단을 받았다. 아이는 개학을 앞두고 “학교 가기 싫다”며 떼를 쓰다 킁킁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서씨는 “처음엔 호흡이 곤란한지 숨소리가 거칠어 목감기에 걸린 줄 알고 엉뚱하게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틱장애에 걸리면 특별한 이유 없이 머리·손 등 신체 일부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주요 증상은 눈 깜박임, 목 경련, 얼굴 찌푸림, 헛기침 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틱 장애로 병원을 찾은 초·중학생(만 7~15세) 환자 수는 새 학년 시작 전후인 1분기(1~3월)에만 1만388건이었다. 1~4분기 중 1분기가 가장 많았다.

 서울대병원 홍순범(소아정신과) 교수는 “원래 갖고 있던 틱장애 증상이 개학 무렵에 심해지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흔하다”고 말했다. 학교에 갈 시간이 되면 배가 아프다는 아이도 있다. 꾀병이 아닌 경우가 많다.

 경희의료원 반건호(신경정신과) 교수는 “감기에 걸렸다고 아이를 야단치지 않는 것처럼 개학 후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를 무턱대고 나무라지 않는 것이 좋다”며 “관심과 대화로도 이런 증상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미·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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