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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중국 17세 소녀 위즈잉 남자 누르고 신인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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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위즈잉 5단

중국의 신인왕전에서 위즈잉(於之瑩) 5단이 리친청 초단을 299수 만에 불계로 이겨 종합전적 2대 1로 우승을 했다. 세계대회도 아닌 신인왕전이니 비중 높은 대회는 아니다. 그러나 이 결과는 한국과 중국의 모든 바둑 매체에서 톱뉴스로 취급되고 있으며, 전문기사들 사이에서도 충격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여자바둑이 남자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결승전 사상 여자가 남자를 꺾은 것은 2000년 한국의 국수전 타이틀매치에서 루이나이웨이 9단이 조훈현 9단을 꺾은 것이 유일하다.

 중국 신인왕전에서 우승한 기사는 늦어도 2~3년 안에 세계적인 기사로 발돋움해 왔다.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상금 500만 위안(약 8억7000만원)을 걸고 10번기를 벌이고 있는 구리는 2001년에 우승했으며, 중국 랭킹 1위인 스웨는 2009년에 신인왕에 올랐었다. 그 외 저우루이양, 판팅위, 쿵제 등 세계대회 우승자들은 예외 없이 신인왕을 한 번은 석권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위즈잉이 화제가 된 것은 입단한 지 불과 4년 만의 신인왕전 우승이라는 점 못지않게 그가 17살 소녀라는 이유가 더 크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바둑계에서 성적을 올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가 낮은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것은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했던 중국이 루이를 비롯한 실력 높은 여자기사를 배출한 점에서도 확인된다.

루이나이웨이 9단

 사실 바둑계는 이번에 위즈잉이 우승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결승전 상대인 16살 리친청이 중국의 랭킹 1위 스웨가 주목하는 중국을 이끌 차세대 3인 중의 하나였을 뿐만 아니라 2012년 삼성화재배 본선 16강, 2013년 LG배 세계대회 8강에 올랐던 실력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을 뒤엎었는데, 이를 두고 전문기사들은 위즈잉의 우승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한다.

첫째는 중국 바둑계가 상위 수준에서도 매우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중국 랭킹 35위(리친청)와 119위(위즈잉)의 실력 차이가 없었던 것이 그 하나인데 이번 3번기에서 위즈잉은 승리한 1, 3국은 물론이고 패배한 2국에서도 안정적이고 깔끔한 내용을 보여줘 기사들을 감탄시켰다.

 둘째는 일반적으로 바둑계는 1인자의 수준을 쫓아가는 경향이 있기에, 위즈잉의 우승은 다른 여자기사들에게 아주 큰 힘이 되리라는 것이다. 바둑은 남녀가 핸디캡 없이 치르는 유일한 스포츠지만 여자가 남자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지금까지는 불가능해 보였다. 남녀의 뇌 구조 차이도 거론됐고 여자의 출산 등과도 관계가 있다는 설이 제기됐다. 위즈잉의 승리는 그 통념과 금기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위즈잉의 우승은 한국의 여성기사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뿐만 아니라 수준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바둑에서도 국내를 넘어서서 국제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향이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용직 객원기자

◆문용직=정치학 박사. 전 한국기원 전문기사 5단. 서강대 영문학과 졸업. 1983년 입단. 88년 제3기 프로 신왕전에서 우승, 제5기 박카스배에서 준우승했다. 94년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바둑의 발견』 『주역의 발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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