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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가는데 5번 충전, 귀찮네 … 공짜라 호주머니 여유, 괜찮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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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기차는 환경부가 발급한 카드로 인증해야 충전이 된다. 2 제주도 관공서와 주요 관광지에 설치된 급속 충전기.

이번 제주도 전기차 드라이브 취재의 주인공은 막 봄이 내려앉은 제주도가 아니었다. 전기자동차였다. 드라이브 여행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충전은 어떻게 하는 건지 직접 핸들을 잡아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틀 동안 전기차를 운전하면서 느꼈던 점을 중심으로 제주도 전기차 드라이브 여행 요령을 소개한다.

전기차 운전, 편했다=전기자동차는 정말 조용했다. 엔진 없이 모터로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레이(일반차 1000㏄급)’를 이용했는데 경차치고는 승차감이 제법 묵직했다.

전기차 특유의 기능은 흥미로웠다. 가속하거나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배터리가 닳았지만, 감속하거나 내리막길을 갈 때는 반대로 충전이 됐다. 자동차 뒤에 배기통이 없는 것도 신기했다.

주행 모드는 ‘D’ 말고도 ‘E’와 ‘B’가 있었다. E는 경제운전 모드, B는 속도를 줄여 배터리를 충전하도록 유도하는 주행 모드다. E나 B모드에 두면 가속을 시원하게 못해 답답했다. 한 번 더 충전을 하더라도 속도를 낼 수 있는 D모드가 훨씬 편했다.

힘은 기대 이상이었다. 제주도에는 고속도로가 없어 속도 테스트는 제한적이었다. 평화로에서 시험 삼아 가속 페달을 꾹 밟았더니 시속 100㎞를 어렵지 않게 찍었다. 순간 가속력도 웬만한 준중형차가 부럽지 않았다.

짧은 주행거리가 문제=역시 주행 가능거리가 문제였다. 레이는 공식적으로 완전 충전에 135㎞를 주행할 수 있다고 했지만, 급속 충전을 하니까 80㎞를 넘지 못했다. 완속 충전을 했을 때는 91㎞까지 나왔다. 운전 습관, 길 상태, 전열기구 사용 등에 따라 배터리 소모량은 큰 차이를 보였다.

주행거리를 수시로 의식하며 충전소를 찾아다니는 건 성가신 일이었다. 이틀 동안 230㎞를 이동하며 모두 다섯 번 충전을 했다. 기름을 가득 채운 일반 렌터카였다면 주유소를 한 번만 들러도 되는 거리였다.

대신 돈은 안 들었다. 전기차 충전은 아직까지 무료다. 가솔린 차량으로 230㎞를 달렸으면 최소 5만원, LPG 차량이면 3만원은 들었을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늦어도 내년에는 전기차 충전이 유료화될 예정이다. 완전 방전 상태에서 가득 충전하면 1500∼2000원이 예상된다. 결제 수단은 신용카드나 T머니가 유력하다.

기아차 레이가 흔한 이유=제주도에는 현재 전기차 충전기 497개가 있다. 충전기는 시청·면사무소 등 관공서 주차장이나 성산일출봉·일출랜드 등 관광지에 주로 설치돼 있다. 충전소 위치는 전국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 웹사이트(evci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충전 방법은 생각보다 쉬웠다. 환경부에서 차량마다 지급한 카드로 인증을 한 다음 케이블을 연결하니까 충전이 시작됐다. 완전 방전 상태에서 완속 충전은 6시간, 급속은 30분가량 걸린다.

전기차는 차종에 따라 충전기가 다르다. 현재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완속 충전기는 국제 표준이 있어 통일돼 있는데, 급속 충전기는 자동차 회사마다 규격이 달라 호환되지 않는다. 제주도에 있는 급속 충전기 대부분은 기아 레이 전용이다. 제주도에서 레이가 부쩍 자주 보이는 까닭이다. 지난달 현재 전기차를 취급하는 제주도 렌터카 회사는 SK스피드메이트(rentacar.speedmate.com)뿐이다. 대여비는 레이 기준 하루 1만7500원. 1599-9111.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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