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는 건설폐기물을 가득 실은 15t 트럭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하루 8백여대씩 줄을 서서 들어온다.
쓰레기 종량제로 생활쓰레기는 크게 줄었지만 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은 지난해 수도권 매립지 전체 반입 쓰레기의 53%를 차지했을 정도로 갈수록 늘고 있다.
매립지 앞 네곳의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마다 잘게 부순 폐콘크리트 가루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삼력환경의 진재홍(陳載洪)상무는 "재활용 골재를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해야 하는데도 건설교통부.환경부 등 부처 간 이견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폐콘크리트 사태(沙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올 하반기부터 청계천 고가도로와 복개 구조물을 철거하면 당장 15t 트럭 7만여대 분량의 건설폐기물이 발생하게 된다.
대부분 폐콘크리트 더미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서울 잠실.반포.서초 등 3개 지구 4만여 가구의 재건축이 예정돼 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콘크리트 공화국'이 돼버렸다.
한국양회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은 1천1백40㎏이다. 1999년을 기준으로 2백67㎏인 세계 평균과 비교해 보면 네배가 넘는 양이다.
한국이 유독 시멘트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개발로 SOC 건설이 한창인 중국도 4백48㎏ 정도다.
그렇다고 건축물을 튼튼하게 잘 짓기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부실 건설이나 마구잡이 개발로 헐고 새로 짓느라 시멘트의 소비량과 폐콘크리트 발생량이 동시에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지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파트를 재건축하고 해마다 수해복구 공사가 반복되기 때문에 시멘트 소비량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건설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모래.자갈 등 골재 부족을 해결하고 환경 훼손도 줄이자고 제안했다.
한국의 시멘트 소비량은 97년 1천3백43㎏까지 증가했다가 외환위기로 99년에는 9백59㎏까지 줄었으나 그 후 다시 왕성하게 회복하고 있다. 국가 전체로 따져도 한국의 시멘트 생산.소비량은 모두 세계 5위다.
인하대 서병하(徐炳夏.토목공학과)교수는 "우리나라는 기후변화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목재보다 콘크리트를 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인당 1천㎏ 이상의 시멘트를 소비한 국가는 브루나이.키프로스.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 등 10여개국으로 대부분 개발도상국이나 중동 국가들이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이 3백97㎏, 독일이 4백66㎏, 영국은 2백17㎏ 수준이다. 일본은 91년 6백97㎏을 고비로 줄어들기 시작해 2001년에는 5백39㎏이었다.
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