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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병영 행복한 군대] 부상병 '책 위문' 달리는 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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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군 병영 내 장병들을 위한 도서관을 마련해주는 '진중 도서관 건립 국민운동'의 세 번째 수혜부대는 전방의 부상병들을 후방 병원으로 후송하는 역할을 하는 국군 의무사령부 예하 열차부대였다.

봄볕이 따사로운 20일 낮 서울 경의선 수색역. 중환자들을 위한 침대칸 등 부상병 후송칸을 줄줄이 매단 여섯량 짜리 열차대가 플랫폼에 들어와 멈춰 서자 대구.대전.광주 등 후방 각지로 후송될 2백여명의 병사들이 차례로 열차에 몸을 실었다.

병사들은 '달리는 건강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붙인 도서관의 개관식을 위해 모인 국민운동 관계자.취재과 맞닥뜨리자 어리둥절한 표정들이다. "열차 안에 도서관을 마련한 기념식을 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도 이런 행사가 처음인지라 선뜻 이해를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기념식에는 올해 세 차례의 진중 도서관 개관 기념식 중 가장 많은 '환영인파'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국민운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동희 예비역 준장과 국민운동 고문을 맡고 있는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정병국 의원(한나라당), 12억5천만원 상당의 아동도서를 국민운동에 기증한 계몽사의 김성래 회장과 김영철 사장, 영진닷컴의 한상진 부사장 등이 모습을 보였다.

열차대 도서관은 기관차 다음 차량인 행정칸을 활용했다. 서가에는 이전부터 소장하고 있던 도서에 이번에 기증받은 1천3백여권을 합친 1천6백여권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세종연구원에서 출간한 영문 서적과 논어.중용 등 어려운 책들도 있지만 절반 정도는 흥미를 자아내는 소설류다. 김인숙의 장편 소설 '꽃의 기억', 에릭 시걸의 '닥터스', 서영채의 평론집 '소설의 운명' 등이 눈에 띈다.

열차대는 거동이 불편한 침대칸의 중환자들에게는 책 목록을 돌려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면 가져다 주고 다른 칸의 병사들은 직접 도서관을 찾아 책을 고르도록 할 방침이다.

열차대 도서관 개관은 강종국 열차대장(소령)이 도서 지원을 요청하는 애타는 편지를 국민운동에 보내 성사됐다.

길게는 열두 시간까지 걸리는 후송 시간을 영상물 상영이나 적십자에서 나오는 강사의 레크리에이션 지도 만으로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열차대 대원들과 부상병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축구하다가 무릎 슬개골이 부러져 대전까지 후송된다는 장근영 중위는 "사병들은 읽고 싶은 책들을 마음대로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진중도서관은 뜻깊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후송 열차 안에 도서관이 마련된 것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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