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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박정희 생가 찾아 … 영·호남 의원들 "동서화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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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일 오후 3시20분. 민주당 전남지역 의원 7명이 경북 구미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에 도착했다. 곳곳에서 “김대중” “민주당” 연호가 나왔다. 200여 명의 새누리당 당원과 주민들이 환영의 뜻을 표하는 소리였다. 이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정말 잘 오셨다”며 박수도 쳤다.

 전남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단체로 박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 생가를 처음 방문한 민주당 황주홍 의원은 “감개무량하다”고 말했고,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이 기분이 좋은지 날씨가 너무 좋다”고 화답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방명록에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 방문은 동서화합의 시작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박정희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 동서화합에 앞장서겠습니다’라고 썼다.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국회 동서화합포럼은 새누리당 경북지역 의원과 민주당 전남지역 의원들의 모임이다. 지난 1월에는 첫 행사로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답례의 뜻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박지원·우윤근·배기운·이윤석·황주홍·김승남 의원 등이다. 이 포럼 소속인 새누리당 이병석 국회부의장과 최경환 원내대표, 이철우 경북도당위원장, 김태환·장윤석·강석호 의원 등이 이들을 맞이했다.

 양당 의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박지원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악연이 깊은 분들이 없다”면서도 “김 전 대통령은 6·25전쟁의 폐허에서 근대화를 이룩한 박 전 대통령의 공을 인정해야 된다고 늘 말씀했다”고 전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여야가 나라를 위해서 힘을 모을 때 동서화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배기운 의원은 “살아생전 이곳에 오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배 의원은 대학 시절 데모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제적당하고 강제 입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생가에 와서 참배를 하니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진정한 동서화합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생가를 둘러본 뒤 의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 옆에 이팝나무를 심었다. 이팝나무는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가장 좋아했던 나무다. 쌀밥처럼 수북이 핀 이팝나무와 같이 국민이 배불리 쌀밥을 먹을 수 있길 기대한다는 이유에서다. 그 옆에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었다.

 새누리당 경북도당에선 민주당 의원들에게 징을 선물했다. 부드럽지만 웅장하게 뻗어나가는 징소리처럼 국민 대통합의 목소리가 힘차게 퍼지라는 취지였다. 행사를 주관한 이철우 의원은 “전남과 경북지역의 도지사와 시장, 군수가 함께 회의를 열어 진정으로 합의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사진 공정식 기자]

"국민 배불리 먹을 쌀밥 닮아"
박정희 애호 이팝나무 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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