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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거장도 반한 광주의 특수영상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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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카일 쿠퍼(52·사진)는 영화계에서 ‘타이틀 시퀀스(작품의 분위기를 암시하기 위해 미리 보여주는 도입부 장면)의 제왕’으로 불린다. 1995년 작품 ‘세븐’을 시작으로 ‘스파이더 맨’ ‘미션 임파서블’ ‘인크레더블 헐크’ ‘데스티네이션’ 등 할리우드 블럭버스터급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 작업을 도맡아 할 만큼 명성이 높다.

2012년에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최고 기술상을 받았으며, 지난해엔 아카데미 시상식 디자인 총감독과 수퍼보울 디자이너를 역임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10여 년간 초청장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콧대 높은 거장 카일 쿠퍼가 광주시와 손을 잡기 위해 최근 광주를 찾았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카일 쿠퍼 아카데미’를 광주에 개설하기 위해서다. 쿠퍼는 4월부터 강의를 시작하기로 광주시와 협약(MOU)을 맺었다. 아카데미는 VFX(Visul Effect·특수 효과), CGI(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등 영화 관련 기술을 8개월 과정으로 교육한다. 총 700시간의 강좌에는 쿠퍼를 비롯한 미국·한국의 영상 전문가 그룹이 강사로 나선다. 쿠퍼는 우수 수강생에겐 자신이 운영하는 미국 프롤로그사의 인턴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광주시가 특수영화 제작의 메카로 뜨고 있다. 그 중심에 남구 송하동의 CGI 센터가 있다. 340여억원을 들여 2012년 3월에 개관한 센터는 지상 10층, 지하 1층에 연면적 1만3700㎡나 된다. 이곳에는 영화 촬영부터 편집 등 후반부 작업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1층에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1100㎡ 크기의 종합촬영 스튜디오가 있다. 방염·방수 처리를 한 이 스튜디오는 블루스크린을 구비해 가상 스튜디오(Vitual Stdio)로도 활용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표현 불가능한 장면들을 제작할 수 있도록 수퍼 컴퓨터(랜더팜)와 3D 초고화질 카메라도 갖췄다. 시나리오를 토대로 영화를 미리 제작해 보는 ‘사전 시각화 장비’와 음향제작실·색보정실·시사실 등 편의시설도 들어 있다. 3D 등 특수 영상효과가 돋보이는 국산 영화인 ‘해운대’ ‘타워’ ‘미스터 고’ 등이 광주 CGI에서 제작된 작품들이다. 이들 영화는 첨단 장비를 활용해 집채만 한 파도, 수십 층 고층빌딩의 아찔한 장면 등을 실감나게 표현해 국내 영화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쿠퍼는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 못지않게 첨단 장비와 인력 이 뛰어나고, 특히 여러 제작 과정을 한곳에 모은 점에서는 오히려 할리우드를 앞선다”며 “올 6월에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 홍보를 위한 오프닝 동영상 3D를 광주 지역 업체와 손잡고 만들겠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쿠퍼 아카데미 등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다양한 시설을 보강해 글로벌 영화 콘텐트의 중심지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김용관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은 “CGI센터 주변에 문화기술 연구원, 콘텐트 플라자, 창작콘텐트 지원센터 등을 복합적으로 건립할 계획”이라 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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