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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오리·육우·구구 … '국산 데이' 맛있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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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삼겹살데이 할인행사 시작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직원들이 행사에 내놓을 삼겹살을 선보이고 있다. 다음 달 5일까지 100g당 980원에 판매한다. [사진 롯데마트]

언제부턴가 이날엔 왠지 삼겹살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3월 3일. 달력엔 표시돼 있지 않지만 대한민국 식당·유통가 여기저기에 ‘삼겹살데이’라는 문구들이 나붙는다. 특히 이날을 전후로 값을 절반 가까이 깎아주는 행사도 많아 부담이 별로 없다.

 밸런타인데이 등 외국에서 건너온 ‘데이’들을 비집고 농축산물의 소비를 늘리기 위한 데이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결과는 대형마트의 판매량만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삼겹살데이 전후 1주일간 삼겹살을 최대 50% 저렴하게 판매해 매출을 2주 전(의무휴업 주간이 아닌 주) 대비 261.2%로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 일요일이었던 삼겹살데이 당일 매출은 더 높아 같은 달 다른 일요일 매출의 5배가 넘었다. 홈플러스는 당일에만 평소의 11배 넘는 판매액을 올렸다. 홈플러스 강형석 축산바이어는 “삼겹살데이는 1년 동안 진행될 축산물 가격경쟁의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의미 있는 날로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들은 올해도 27일부터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시작한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평소보다 3배 정도 많은 250∼350t의 삼겹살을 준비했다. 값도 시세 대비 최대 45% 싸게 내놓는다. 제휴카드를 이용하면 100g당 950원에 살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중국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목 속의 먼지를 씻어준다’는 속설을 가진 삼겹살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 이마트의 경우 이달 들어 삼겹살의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정도 늘었다. 롯데마트 김형주 돈육 MD(상품 기획자)는 “예년보다 소비가 더 늘 것으로 예상해서 지난해 삼겹살데이 때보다 50t 늘어난 350t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삼겹살데이는 2000년과 2002년 발생한 구제역 파동 때문에 생겼다.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줄어 축산농가가 어려움에 빠지자 경기도 파주연천축협이 3월 3일을 삼겹살데이로 정하고 행사를 벌인 것이 전국으로 퍼졌다. 3자가 겹친 데 착안해 삼겹살을 먹자는 취지였다.

 삽겹살데이 말고도 오이·오리데이(5월 2일), 유기농데이(6월 2일), 구구데이(9월 9일·닭고기와 계란 먹는 날), 한우데이(11월 1일) 등 우리 농축산물을 홍보하는 데이가 다채롭다. 오리데이와 오이데이는 2003년 생겼다. 발음이 비슷한 이날을 당시 전남 농업기술원에서 구례오이를 홍보하기 위해 행사용으로 이용했다. 농협은 같은 이유로 이날을 오리고기 먹는 날로 정했다.

 가장 홍보에 성공한 데이로는 한우데이가 꼽힌다.

2005년 전국한우협회가 한우 소비 확대를 위해 만들었다. 한자 소 우(牛)를 파자하면 세 개의 1이 나온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마트는 지난해 한우데이를 전후로 각종 행사를 진행해 18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한 해 전체 한우 매출의 10%가 넘는 수치였다. 한우데이 홍보와 함께 30~50% 저렴한 가격에 판 덕이었다. 홈플러스의 당일 한우 매출은 다른 날 대비 24배나 뛰었다. 이 밖에도 육포데이(6월 4일)·포도데이(8월 8일) 등 농축산물을 특화한 데이들이 유통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마트 이종훈 마케팅팀장은 “단순히 상술이 아니라 농협 등 관련 협회 및 제조업체와 협력해 농축산가를 돕는 특별한 날이 되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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