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다케시마 탈환 기념식 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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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의 날’로 정한 22일 시마네현 마쓰에의 현 청사 내 다케시마 자료실에서 가메오카 요시타미 내각부 정무관(차관급·오른쪽)과 미조구치 젠베 시마네현 지사(왼쪽)가 독도 모형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마쓰에 AP·로이터=뉴시스·뉴스1]
시마네현 현민회관에서 열린 ‘제9회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 [마쓰에 AP·로이터=뉴시스·뉴스1]

이른바 ‘제9회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의 날 기념식’이 열린 22일 일본 시마네(島根)현 마쓰에(松江)는 우익들의 축제마당이었다. 지명도와 소속 단체·주특기를 초월한 다양한 계층의 우익들이 축제를 즐기려고 몰려들었다. 저질 혐한 시위의 대표주자 격인 ‘재특회’ 회장인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로 한국에선 나름 유명세를 치른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가 어깨에 힘을 주고 기념식장 주변을 활보했다.

 욱일승천기 견장이 부착된 상의를 유니폼처럼 차려 입은 ‘깍두기 머리’ 우익들의 횡포도 여전했다. 기념식장인 현민회관으로 통하는 삼거리에서 바리케이드를 친 경찰들과 하루 종일 대치했다. 다섯 살쯤 됐을까 싶은 어린 아들까지 자랑스럽게 동반한 우익 아빠, ‘그렇게 창피해하면서 왜 나왔을까’란 생각이 들도록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린 젊은 여성 우익들도 보였다.

 욱일승천기로 문신을 한 듯한 우익 차량 10여 대의 확성기에선 쉴 새 없이 혐한 구호가 터져나왔다. “한국을 편드는 국회의원들의 배를 가르자” “한국인은 바퀴벌레” 등 이젠 식상한 레퍼토리들이다.

 ‘다케시마의 날’, 그들에게 중요한 건 이미 다케시마가 아니었다. 성지관광처럼 시마네를 찾아 한국을 욕하며 집단 스트레스를 푸는 연례행사가 돼버렸다. 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기념식에 정부 대표를 2년째 참석시키며 판을 키워줬다.

 기념식 단상에 아베 총리가 파견한 가메오카 요시타미(龜岡偉民) 내각부 정무관(차관급)과 국회의원 16명이 자리를 잡았다. 가메오카 정무관은 축사를 통해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봐도, 국제법적으로도 확실히 일본의 영토”라며 “끈질기게 확실히 주장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그 아래 400여 명의 참석자가 발 디딜 틈 없이 메웠다. 우익 점퍼 대신 양복을 입었고, 확성기만 없었을 뿐 기념식장 내 분위기 역시 현민회관 앞 삼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케시마의 날’을 국민적 행사로 만들겠다”는 와타나베 슈(渡邊周) 민주당 중의원의 공약이나 “다음엔 (다케시마) 탈환 기념식을 열자”는 와다 마사무네(和田政宗) 모두의 당 참의원의 선동 등엔 열렬한 박수가 터졌다. 독도와는 무관하게 “일본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한국의 위안부 왜곡을 바로잡자”는 사쿠라우치 후미키(櫻內文城) 일본유신회 중의원의 발언엔 더 큰 박수가 터졌다. 한국을 강하게 때릴수록 스타가 되는 선동의 경연장이었다.

 반대로 “한국은 가깝게 지내야 할 이웃 나라”라고 했던 자민당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중의원 의원에겐 “국회의원 맞아” 라는 막말이 쏟아졌다.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해 온 시마네현 의회 의장의 축사 때는 “매국노” 라는 외침에 기념식이 중단될 뻔했다.

 정작 시마네현 주민들은 시큰둥했다. “우익들이 왜 몰려와 공포 분위기를 만드는지 모르겠다”(18세 남자 대학생)는 것이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비호 속에 어촌마을 시마네현 마쓰에의 ‘다케시마의 날’은 어느덧 전국적 우익 이벤트로 성장해 버렸다.

 한편 외교부는 22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비판한 데 이어 23일 오전에는 미치가미 히사시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항의했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 일 관방장관의 고노 담화 검증 발언도 거듭 비판했다. 이에 미치가미 공사는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고노 담화 수정 시도 등의 해석은 오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쓰에(시마네현)=서승욱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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