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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모전자전'… 대물림 끊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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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 잠깐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는 게 벌써 새벽 4시가 되었네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이럽니다. 혹시 저처럼 스마트폰에 중독된 엄마들 있나요?”

“딸을 안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하다가 아이가 뒤로 넘어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때 뿐,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겠어요” “카카오스토리를 끊어야 할까 봐요.

제가 올린 게시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글에 달린 댓글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직성이 풀려요. 댓글 내용에 따라 괜히 기분이 상할 때도 많아요.” 수십만 명 이상의 회원을 둔 육아커뮤니티 ‘맘스홀릭베이비’에 올라온 스마트폰 관련 글이다.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호소하는 글이 적지 않다.

엄마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주제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엄마, 디지털 디톡스(Detox, 해독)하세요’다.

스마트폰 통해 육아정보 공유, 유대감 형성

스마트폰 중독은 이미 현대인에게 심각한 문제다. 버스·지하철에서는 물론, 길을 걷거나 사람과 마주 앉은 순간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2012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스마트폰 중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용자 비중은 8.4%다. 인터넷 중독률 7.7%보다 높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스마트폰은 필수품과 같다. 다른 엄마들과 육아법을 공유하는 통로이자, 때로는 아이를 달래는 장난감 역할을 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 엄나래 책임위원은 “요즘 젊은 엄마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자녀 양육·교육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핍되기 쉬운 사회적 유대감을 채운다”고 말했다. 이러한 스마트폰 이용은 자칫 과다사용으로 이어져 가사에 소홀하거나 가정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

주부 스마트폰 중독의 대표적인 유형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중독’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의 SNS이용률은 30.5%로, 2012년 23.6%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주로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스토리·블로그를 이용한다. 4세 남아를 둔 주부 유경민(34)씨는 “스마트폰으로 아이 사진을 찍어 바로 블로그에 올린다. 처음에는 육아기록용으로 시작했는데 ‘아이가 예뻐요’라는 댓글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더 자주 올린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는 “SNS는 일방향적인 TV·라디오와는 다르게 자신의 행동을 개입시키고,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며 “이런 행위가 뇌에 순간적인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쉽게 중독된다”고 말했다.

타인 반응에 집착, SNS우울증으로 이어져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SNS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호경 교수는 “현실에서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인간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은 가상현실에서 욕구를 충족하려 한다”며 “자신이 올린 글에 댓글수나 호응도가 저조하면 피로감·우울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독 유형은 특정 목적없이 수시로 스마트폰을 열어보는 것이다. 인터넷 뉴스나 카페글을 클릭하고 단순 게임에 몰두해 2~3시간을 훌쩍 넘긴다. 윤 교수는 “스마트폰 사용 시 도파민·아드레날린 같은 쾌락 관련 호르몬이 분비된다”며 “자극에 취약한 사람은 이유없이 자꾸 스마트폰을 찾는다”고 말했다. 중독 증세가 심해지면 현실을 부정하고 스마트폰 속 가상현실에 집착한다.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아산병원 김병수 교수는 “현실은 스마트폰처럼 즉각적인 욕구 충족이 어렵다”며 “결국 감정조절이 안 돼 쉽게 흥분하거나 예민해지는 분노조절장애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럴 때 남편이나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등 주변사람과 마찰을 빚으면 중증이다.

스마트폰, 아이의 두뇌·정서 발달 저해

엄마의 스마트폰 중독은 아이에게 독이다. 아이와 가장 긴밀하게, 오랜 시간을 보내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다 안전사고를 예방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아이를 손에 안은 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전자파 노출도 예상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5세 이하의 전자파 흡수율은 성인의 1.5배에 달한다.

엄마의 잦은 스마트폰 사용은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장난감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의 대부분은 부모가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다. 특히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선뜻 주는 것도 문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영유아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건, 막 젖 뗀 아이에게 불량식품을 던져주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두뇌 기능·정서 발달이 온전하지 않은 영유아에게 스마트폰은 발달 불균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주의력·사고력 저하, 충동조절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유발할 수 있다.

엄마부터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야 아이도 스마트폰을 멀리할 수 있다. 엄나래 책임연구원은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기 이전에 엄마 스스로 스마트폰 이용패턴을 살피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로부터 벗어나자는 취지의 ‘디지털 디톡스(Detox, 해독)’ 바람이 불고 있다. 디지털기기의 독소(부작용)를 해독하자는 의미다. ‘몇 분만 더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2~3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거나, 가족·친구보다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사람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면 디지털디톡스가 필요하다는 경고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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