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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연수생 시급이 3125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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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50만원 지급을 조건으로 로스쿨 졸업생 연수를 시행하면 됩니다”

지난 13일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성남지회 소속 변호사 120여 명의 사무실로 ‘로스쿨 3기 졸업생 연수의 건’이란 제목의 A4 용지 2장짜리 문서(사진)가 전달됐다. 문서에는 “올해 로스쿨 3기 졸업생 연수와 관련한 수원지역의 논의결과를 공지한다. 2012년 200만원씩, 2013년 100만원씩의 월급을 지급했지만 2014년엔 5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기로 논의를 마쳤고 그대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적혀있었다.

로스쿨 연수생이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하고 월 50만원을 받을 경우 시급으로는 약 3125원에 불과하다. 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평균 시급(5125원)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가 정한 최저시급(5210원)에도 못 미치는 ‘초저시급’인 셈이다.

이에 따라 ‘로스쿨생 덤핑(dumping)’ 논란과 함께 '월급 50만원 담합' 논란이 법조계에서 뜨겁다. 이는 로스쿨 졸업생과 사법연수원생간 차별적 대우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로스쿨 졸업생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법무부가 지정하는 로펌·변호사사무소·기업·국가기관 등에서 6개월간 실무연수를 받아야 정식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실무 연수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로스쿨 2기 졸업생 1538명 중 660여명이 연수지를 찾지 못해 대한변호사협회가 마련한 ‘실무연수교육’ 강의 등으로 대체했다. 실습 기회를 얻기 위해선 월 50만원씩 준다고 해도 가야 하는 게 현실인 셈이다. 반면 사법시험 출신은 물론, 로스쿨 졸업생 중 판·검사로 임용돼 사법연수원 교육을 받는 이들과 크게 대비된다. 사법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으면 5급 공무원 신분에 월 167만원(1년차 기준)씩을 받는다. 로스쿨 졸업을 앞둔 B(31)씨는 “사법연수원생과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고 하니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당장 로스쿨 학생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지완 전국로스쿨학생협의회 회장은 16일 “성남지회가 연수생의 임금을 담합한 것은 부당공동행위에 해당한다. 공정위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성남 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변호사회를 중심으로 임금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거나 특정 변호사가 임금을 적게 주자고 전화를 돌린다"는 주장도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중앙지방변회 장성근 회장은 “비공식적인 논의가 있었을지 몰라도 공식적으로 월급 기준을 정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성남지회 측은 “성남 지역에 연수생을 받을 만한 여력이 되는 사무소가 많지 않다”며 “그간 연수생을 안 받다가 3기 졸업생에게 기회를 주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체 변호사의 16.1%가 월 수입이 200만원 미만이었다. 또 경기 지역에 비해 사정이 나은 서울 지역 변호사 사무소들도 로스쿨 졸업 연수생에게 주는 월급이 평균 1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 시험 합격생들이 실무연수 6개월을 의무적으로 받는 게 필요한지부터가 의문"이라며 "정 필요하다면 정부가 사법연수원 등을 활용한 실무연수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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