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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계파 갈등 거리로 … 나경원 지지자들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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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경원 전 의원 지지자들이 16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의 중구당협위원장 내정설에 항의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휴일이던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새누리당 당사 앞에 100여 명의 시위대가 몰려왔다.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에 나경원 전 의원 대신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내정됐다는 소문에 항의하는 나 전 의원 지지자들이었다. ‘계파 싸움에 당원 가슴 피멍 든다’는 내용의 팻말을 든 시위대는 1시간가량 경찰과 대치했다. 한장교 전 중구 당협위원장은 “나 전 의원의 복귀를 요구하는 1만3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중앙당에 제출했지만 지도부가 이를 무시했다”며 “파벌 싸움에 몰두해 체스판 놓듯 당협위원장을 뽑는 것은 자멸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주류인 친박근혜계보다 친이명박계에 가깝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하자 다음 해 총선 때 불출마를 선언, 휴지기를 가졌다. 보궐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전면에 나서 나 전 의원을 지원했고, 나 전 의원 역시 지난 대선 때 아무런 직함 없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원 유세를 벌였지만 대선을 전후해 주류와 소원해졌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지 전 대변인은 대선 전 통일선진당과 새누리당의 합당으로 합류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선진당 간판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경력이 있어 이름이 알려진 데다 구(舊)선진당 측 배려 차원에서 지 전 대변인에게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일각에서 돌고 있다.

 주류들은 진화에 나섰다. “당에 친박·친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분 중에 고민하고 있다”(홍문종 사무총장)거나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건 후보와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안 된다”(최경환 원내대표)고 일축했지만 곳곳에 갈등 요인들이 잠복해 있다.

 이미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시점을 놓고 논란이 가시화됐다. 당 지도부는 ‘적전 분열’을 이유로 지방선거 이후인 7월이나 8월에 전당대회를 열자고 주장하며 기정사실로 굳히는 분위기지만, 비주류가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이명박계인 김영우 의원은 “비대위나 선대위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무사안일의 발로”라며 “전당대회는 새 인물이 발굴되는 과정으로 정당의 가장 중요한 정치 과정인데, 이를 갈등과 분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원내대표 경선(5월)도 계파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비주류인 남경필 의원이 경기도지사 선거 차출을 거부하며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겠다고 고집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의 정갑윤·유기준·이완구 의원 등이 출마 의사를 비치고 있다. 이들의 대결 구도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경우에 따라선 계파별·지역별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 당 주류의 견제를 받는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김학용 의원이 경기도당위원장이 될지 여부도 향후 계파 갈등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도당위원장은 향후 지방선거뿐 아니라 당 대표·원내대표 경선에서 대의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박근혜계의 김황식 전 총리 지원설에 문제를 제기한 정몽준 의원은 이날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역 주민·기자들과 청계산을 오르면서 “(주류가 김 전 총리를 지지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더 이상 우리 당내에서 친박이다, 친이다 하는 이야기가 안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을 빗대 “정치인들 중 말로는 서민, 서민 하면서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고 진짜 서민들을 도와서 서민이 중산층이 되게 돕는 정치인이 있다”며 “서민과 어려우신 분들이 중산층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권호·천권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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