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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그만둔 주부 절반 '여전히 집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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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눈높이를 어디까지 낮춰야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주부 윤지영(33·서울 송파구)씨는 “2년 전에 일을 그만둔 이후 줄곧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원으로 일하다 사직서를 냈다. 그 뒤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윤씨는 “그렇다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뛰기도 솔직히 난감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결혼한 여성 중 절반 이상이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여성 2명 중 1명은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았다. 이른바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다. 여성가족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력단절여성 경제활동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혼이나 출산 경험이 있는 전국 25~59세 여성 585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정부가 주도한 사상 첫 경단녀 실태 조사란 의미가 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약 6명(58%)이 “결혼이나 임신·출산으로 일자리를 그만둔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일을 그만둔 여성의 약 절반(51.3%)은 여전히 전업주부로 살고 있었다. 한 번도 취업을 하지 않았거나, 일을 하다 중도에 그만둔 경우다. 하지만 이들 중 53.1%는 “앞으로 일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다시 일을 시작한 여성이라도 ‘원래 하던 일’보다 못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취업에 성공한 여성들의 월평균 임금은 121만9000원으로 퇴직 전 일자리(144만원)보다 22만원이 줄었다. 직종별로 따져보면 사무직에서 일하는 비율이 크게 줄고, 서비스 판매직이 그만큼 늘어났다.

 조사를 진행한 김난주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신과 출산시기를 잘 넘겨 애초에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돕는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가) 기업의 육아휴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공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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