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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hi] 남 쇼트트랙 노메달 위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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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남자 쇼트트랙 이한빈이 지난 15일 열린 1000m 준결승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이한빈은 이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와 충돌 후 포기한 듯 천천히 레이스를 했고, 반칙으로 실격처리됐다. [소치 로이터=뉴스1]

노메달 수모에 구설까지.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15일 1000m 결승에서 신다운(21·서울시청)이 실격 처리되며 1500m에 이어 또다시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이로써 한국 남자팀은 준결승에서 탈락한 5000m 계주를 포함해 3종목 연속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오는 18일 열리는 500m에서도 빈손으로 물러난다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노메달로 대회를 마감한다.

 메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올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남자 500m 랭킹 1·2위는 빅토르 안(29·러시아)과 샤를 아믈랭(29·캐나다)이다. 빅토르 안은 1000m, 아믈랭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 대회 2관왕을 노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박세영(21·단국대)이 500m 시즌 랭킹 6위, 신다운이 38위여서 메달권과 거리가 멀다. 단거리에 취약한 남자 대표팀이 올림픽 쇼트트랙 500m에서 금메달을 딴 건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의 채지훈(40)이 유일하다.

 분위기도 최악이다. 대회 시작부터 불어닥친 빙상연맹의 파벌 싸움 후폭풍이 대표팀을 강타했다. 선수들의 대처도 미숙했다. 신다운은 지난 14일 대한체육회 SNS에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은 이호석(28·고양시청)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가 구설수를 자초했다. 밴쿠버 올림픽 1500m 결승에서 성시백(27)과 부딪혔던 이호석은 지난 13일 열린 계주 준결승에서도 넘어져 팬들의 공분을 샀다. 신다운은 ‘제일 아쉬운 건 저희들인데, 저희들이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데 왜 여러분들이 욕을 하시나요’라며 ‘후배들 군 면제시켜 주시려고 고생을 많이 했다’고 이호석을 옹호했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됐다. 네티즌들은 ‘군 면제를 위해 국가대표팀이 됐는가’라고 질타했다. 신다운은 16일 또다시 개인 SNS에 ‘병역문제를 위해 운동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인터뷰를 했다’는 장문의 반박글을 올리며 또 설화(舌禍)를 자초했다.

 여기에 한국 선수들은 옛 선배인 빅토르 안과의 경쟁에서 계속 밀리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다. 1000m 준결승에 나섰던 이한빈(26·성남시청)은 경기 중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25)와 충돌 후 천천히 달렸다. 사실상의 경기 포기였다. 충돌 직후 억울하다는 듯 크네흐트를 째려봤지만 경기 후 실격 처리된 선수는 정작 이한빈이었다. ‘경기도 지고 매너에서도 졌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출신인 진선유(25·여) 단국대 쇼트트랙 코치는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니까 다리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실격이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홈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러시아 대표팀은 분위기가 최고조다.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메달이 하나도 없었던 러시아는 빅토르 안이 금메달과 동메달을 한 개씩 따냈다. 여기에 1000m 은메달리스트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32)의 선전까지 더해졌다. 500m에도 출전하는 그리고리예프는 이 종목 시즌 랭킹 3위다.

 남자 쇼트트랙 최악의 성적은 노메달로 대회를 끝낸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1500m 결승에 나섰던 김동성(33)이 아폴로 안톤 오노(32·미국)의 할리우드 액션 때문에 금메달을 빼앗겼다. 이번처럼 무기력하지는 않았다.

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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