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되살리기 힘 실리는 붓질

중앙일보

입력 2014.02.17 00:23

업데이트 2014.02.1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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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예진흥정책포럼’의 명사 휘호 행사에 초대된 박대성 화백이 ‘과학(科學)-샤머니즘, 샤먼은 지혜다’를 일필휘지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과 로비 일대에 쌉싸름한 먹 향내가 퍼졌다. 전국에서 모여든 서예가들 손에서 붓이 춤췄다. 제2차 서예진흥정책포럼 ‘서예 융성이 문화 융성이다’ 부대 행사로 열린 가훈(家訓) 쓰기, 명사(名士) 휘호가 한창이었다.

 이날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 소속 작가 40여 명이 미리 신청을 받아 쓴 가훈은 우리 국회의원들이 평소 어떤 생각에 집중하는지 엿볼 수 있게 했다. 인재근 의원은 ‘희망은 힘이 세다’, 도종환 의원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전순옥 의원은 ‘노동이 답이다’를 가훈으로 꼽았다. 진영 의원은 단 한 글자 ‘인(忍·참다)’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2시 40분부터 최재천 의원 사회로 서예진흥포럼이 열렸다. 한국 서예를 바로 세우기 위한 다양한 제언으로 열기를 띠었다. 특히 서예교육 활성화와 ‘서예진흥위원회’ 발족을 위해 여·야 국회의원이 손잡고 정책개발 및 추진에 나섰다는 점이 서단(書壇)에 희망을 줬다.

 이군현 의원은 고려말 대학자인 행촌(杏村) 이암(李<5D52>) 선생이 19대 할아버지임을 밝히며 “서예인의 후손으로서 서예 진흥에 힘을 보태 한국 사회의 정신적 길잡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학용 의원은 “서예가 우리 청소년들에게 한국인의 얼을 심어주고 인성교육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앞으로 서예교육을 위한 교재·교육시스템·강사 개발 등 모든 면에 관심을 쏟겠다고 밝혔다.

 고학찬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은 “25년 동안 적막강산이던 서예박물관을 잘 고쳐 서예 부흥은 물론, 우리 문화예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우리글을 가꾸고 키우는 데 서예가 핵심 구실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유 장관은 “이군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신학용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뜻을 모으니 서예박물관 개·보수를 위한 소요 재원 조달에 힘이 될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공연에 치우쳤던 예술의전당이 서예박물관에 깊은 관심을 보여 600여 회원이 모인 박물관협회 명예회장으로서 기대되고 흥분된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리노베이션 현황을 보고한 이동국 서예부장은 ‘한 손에 붓, 또 한 손에 스마트 폰’이 추진 방향이라고 소개했다. 이미 조성된 국고 43억 원에 올해 국고 50억 원, 협찬 모금 등으로 확보할 57억 원 등 총 공사비 150억 원이 소요되며, 오는 7월 공사를 시작해 내년 7월 마무리 된다. 연면적 8520㎡ 4층 규모에 상설실·기증실·테마전시실·기획전시실 등이 마련된다.

 제3차 서예진흥정책포럼은 오는 5월 2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초·중·고 방과 후 서예교육 교재 제작과 실천사례’를 주제로 열린다. 02-580-1651.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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