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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 해야 하는 100세 시대, 평생교육은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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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KBS스포츠월드 제1체육관에서 2013년 학점은행제·독학학위제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2014년 학위수여식은 오는 25일 The-K 서울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사진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論語)의 첫 구절이다. 배우고 익히면 일상이 즐겁다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의 가르침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통하고 있다. 일과 학습의 아름다운 동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현재 563개의 학점은행기관이 있으며, 2013년까지 40만5301명이 학위를 받았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박인종 학점은행본부장은 “이모작, 삼모작을 해야 하는 100세 시대에 평생교육은 필수”라면서 “전문화되는 세상을 살려면 끊임없이 고등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기존 제도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이 학점은행제”라고 설명했다. 서초동 본부에서 박 본부장을 만나 대한민국이 꿈꾸는 평생교육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점은행제란.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과 자격을 인정해 학점을 부여하는 제도다. 학사 또는 전문학사학위를 부여하기 때문에 자격요건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이와 같은 수준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사람이다. 1998년 671명으로 시작한 제도가 지난해 말 통계에서 누적 학습자 92만4000명을 기록했다. 학습자 100만명을 바라보고 있으며, 최근 외국기관의 관심이 높아져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한다.”

 -외국에서 주목하는 이유는.

 “세상이 바뀌면서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성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존 대학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에 경직된 면이 있다. 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학점은행제다. 성인학습자는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므로 고정된 형태의 오프라인 중심 학습, 주간 수업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 학점은행제는 주말, 야간을 활용해 수업을 듣고, 온라인도 활용할 수 있다. 학비는 과목당 20만~30만원 수준으로 일반 대학보다 저렴하다. 전공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8개다. 대학은 정규 수업에서만 가르친 걸 학점으로 인정하지만, 학점은행제는 국가가 공인한 자격을 갖추면 전공기초과목을 면제해준다. 예를 들어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16학점을 이수했다고 인정한다. 컴퓨터개론부터 배우는 건 낭비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직무표준(NCS)의 학습모듈을 공부하게 되면 그 수준에 맞는 자격이나 학력과 동일한 사회적 인정을 해 능력중심사회로 전환하자는 정책이 국정핵심과제다. 학점은행제의 선진성을 증명하고 있다.”

 -주로 어떤 학생들이 있나.

 “여성이 많다. 2013년의 경우 학위수여자의 74.9%가 여성이며, 70.1%가 30~40대였다.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준비 기관인 동시에 100세 시대의 성인학습자를 위한 대체적 고등교육시스템이다.”

 -원격교육이 쉽다는 사람들이 있다.

 “학점은행제를 시행하는 기관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데, 이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 예를 들어 정교한 온라인 학습설계시스템에 의해 구축되어 있는지, 온라인 수업 시 동일 IP로 접속하여 혹 대리출석이나 공동시험을 치르진 않는지, 수업 중간 체크장치나 답안지 모사방지시스템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난이도 조절은 어떻게 하는지, 성적을 쉽게 주진 않는지 등을 평가한다. 일반 사이버대는 엄격한 출석 체크시스템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나아졌겠지만 클릭 몇 번만 하면 이수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 학습자들에게 깐깐하게 평가한다고 항의 전화가 오기도 한다. 우리의 자부심이다.”

 -기관 감독, 관리는 어떻게 하나.

 “학점은행에 관한 법률 시행령 4조 4항을 법적 근거로 하며, 변호사를 포함해 구성된 사이버 모니터링 에이전트가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온라인에서도 감시한다. 우수한 곳을 위해선 당근 정책을 쓴다. 우수기관을 선정해 인증 동판을 수여하고, 홈페이지에 ‘블루 리본’을 달아준다. 학습자는 이를 바탕으로 우수 교육기관을 선택하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학습할 수 있고, 인생이 바뀔 수 있다.”

 -학점은행제가 나아갈 방향.

 “앞으로는 현장 중심형 학습을 하는 방향으로 교육 내용이 변화할 것이다. 국가전략산업·기간산업 직종 등에 대해 학점은행과 연계해서 현장 중심형 지식·기술을 가르치고 동시에 학위를 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군에서 하는 교육훈련과정 일부를 학점으로 인정해 복학했을 때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고등교육법시행령이 개정돼 산업체 근무경력을 포함한 군에서의 학습이 연간 최대 12학점까지 인정된다. 이외에도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가 8개 민간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분야를 학점은행과 연계하는 전략도 구상 중이다. 미국 MOOC의 저렴한 양질의 온라인 고등교육 프로그램을 학점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학점은행제가 이러한 변화에 앞서가는 제도로 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

 -예비 학점은행 학생들에게.

 “학습은 고독하게, 하지만 즐겁게 하는 것이다. 변화를 주시하고 그 수요에 맞춰 내가 전문인력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학점은행제가 도와줄 수 있다. 100% 이용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길 바란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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