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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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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친구가 보내준 시집을 곁에 두고 마음을 비춰보며 옷깃을 여민다.

아, 거기 그 소리들이 있었습니다.

내 발자국 소리에 묻혀

듣지 못하던 소리들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발걸음을 멈춰야 들을 수 있는 산의 소리들
 
숨죽이고 바위에 앉아

산의 소리를 들으며,

내 발자국의 소란

내 발자국의 몰염치

내 발자국의 횡포를 깨닫습니다.

- 박상천(1955~) ‘산길을 걷다가’ 중에서

살면서 아주 소중한 것들의 존재를 잊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나치는 자연이 그러하고, 정말 고맙지만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가족이 그러하고, 우리 곁의 수많은 사람이 그러합니다.

이 시를 지은 박상천은 저의 오랜 벗입니다. 시인 박상천은 아내를 잃고 뒤늦은 후회와 그리움, 그리고 아내의 소중함을 담아 이 시가 수록된 시집 『낮술 한잔을 권하다』를 펴냈습니다. 그러곤 친구들에게 눈물의 편지와 함께 보냈습니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마음이 착해지고 상상력이 풍부해지며, 세상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마음속 산길을 걸으며 인생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반성을 해봅니다. 무상의 발자국조차도 몰염치하다 했던 친구의 깨달음이 저에게는 항상 저를 돌아보는 거울이 됩니다. 정말, 나는 잘하고 있는 건가. 항상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됩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