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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조영남과 조용필 누구랑 더 친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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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강일구
강일구 기자 중앙일보 일러스트레이터
[일러스트=강일구]
주철환
PD

10년째 받는 단골 질문. “PD 시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대답도 이골이 났다. “행복에 순위를 매겨야 하나요.” 호기심은 ‘제일’로 이어진다. “연예인 중 누가 제일 예뻐요?” “누가 제일 착해요?” (심지어) “누가 제일 못됐어요?” 이건 묻는(질문) 게 아니라 묻는(매장) 수준이다. “키운 연예인들 중 누가 제일 연락 자주 해요?” 어이가 없다. 누가 누구를 키운다는 건가. PD는 그냥 문을 열어주었을 뿐인데. 스스로 크고 시청자가 키워야 스타가 된다. 연예인 키웠다는 PD들, 사실 연예인이 키운 (스타 덕을 본) PD에 불과하다.

 “연예인 중 누구랑 제일 친하세요?” “제일 친한 건 모르겠는데 제일 오래된 건 글쎄, 조영남씨 같은데요.” “조용필씨하곤 안 친하세요?” 참 느닷없다. “왜 안 친하겠어요. 친하죠. 근데 친하다는 기준이 뭐죠? 집에 초대받으면 친한 건가요. 두 사람 다 집에 가본 적이 있으니 그렇다면 친한 거네요.” 그런데 약간 찔린다. 과연 나는 초대받은 걸까. 필요해서 간 건 아니었을까. 그냥 얼버무리기로 한다. 하지만 이 말만은 해야겠다. “그런데 만약 그분들에게 친한 PD를 물었을 때 제가 거기 포함될지는 의문이네요.”

 나는 두 사람을 형이라고 부른다. 웬만한 PD라면 호의호식은 못해도 호형호제는 할 수 있다. 친구들도 신기해한다. 헤아려보니 내가 형이라고 부르는 연예인의 숫자와 나를 형이라 부르는 연예인 숫자가 얼추 비슷하다. 시간은 공평하고 부지런하다.

 스타는 인기관리, 위기관리를 두루 잘해야 오래간다. 두 형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영남이형은 용필이형보다 훨씬 말을 많이 한다. 맞아 죽을 각오를 한다면서 내뱉은 말로 한동안 맞아 죽을(?) 뻔했던 적도 있었다. 신념인지 충동인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라디오에서 매일 말을 하는(DJ) 걸 보면 형은 말하는 게 즐거운가 보다.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시골 가서 노래하는데 어느 할머니께 ‘저 누군지 아세요?’ 했더니 ‘조용필 맞지.’ 하시더라고. 이 말 전하는 걸 듣고 형이 다시 보였다. 그윽한 자신감. 그나저나 왜 사람들은 비교를 멈추지 않는가. 등수는 세월에 맡겨라. 연예세상은 그때그때 즐기고 박수 치면 족하다.

 민감한 질문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누가 더 노래를 잘한다고 보세요?” 이 질문엔 국어교사 이력을 활용한다. “띄어쓰기 나름이죠. 익숙한 것은 잘 하는 것이고 훌륭한 것은 잘하는 것. 영남이형은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고 용필이형은 음악이 생명인 사람이죠. 영남이형은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 데 반해 용필이형은 노래밖에 모르잖아요.” 대답은 여기까지다. 나는 슬쩍 발을 뺀다. “저 사실 그분들 ‘잘’ 몰라요.”

글=주철환 PD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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