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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만리스」민정 100일|11·17총선 앞둔「그리스」정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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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극적인 민정이양 1백일,「그리스」는 7년 군부독재의 잔재를 청산할 총선을 17일로 앞두고있다. 11년의「파리」자진망명생활에서 돌아와 거국 내각을 구성한「카라만리스」수상은 민주체제의 회복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카라만리스」수상은 군정 하에서 개정된 공화제 헌법을 폐지, 1952년에 제정된 헌법을 바탕으로 군부독재에 의해 억압되어온 인권을 회복하고 36년이래 불법화되어온 공산당 등 좌파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등 광범한 정치적 자유를 부여했다.
「그리스」신 정부는 또 군정 하의 관선시장을 전원해임하고 각 지역 판사들로 하여금 지방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대리임무를 맡게 하며 전직의원들로 시의회를 구성케 했다.
특히 주목되던 군부와의 관계에서도「카라만리스」정부는 군부지배에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카라만리스」수상은 취임할 때 대통령인「기지키스」중장에게 군정지도자들을 처벌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지만「에게」해상의「케아」도에 유배된 전 대통령「파파도풀로스」를 포함하여 전 부수상「파타코스」「마카레조스」, 헌병사령관「이오아니데스」, 정보국장「루포칼리스」등 49명의 전 정권 요인을 지난2일 대역죄로 기소했다.
『7년간의 군사압정의 주역과 범법자들은 마땅히 처벌받아야한다』는「카라만리스」의 강경한 선언은 선거를 앞둔『술수』일수도 있으나 그의 대 군부발언권이 그만큼 확고함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학생들은 군정에 협조한 어용교수들의 처벌문제를 둘러싸고 학교당국과 맞서고 있다.
「카라만리스」정부는 해임된 교수들을 복직시키고 불법 임명된 교수30여명을 해직시켰지만 학생들은 군정 하에서 관직을 맡았던 10여명의 교수를 포함한 1백여명의 어용교수들에 대해 정부가 너무 미온적이라고 주장, 이들의 강의를 거부하고 있어 새로운 학원소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카라만리스」가『석 달 전에 어느 누가 감히 지금의 상태를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나는 몇 년이 걸릴 일을 해치웠다』고 장담할 만큼「그리스」의 민주회복이 급속도로 이룩된 것은 사실이다.
「카라만리스」수상은 민주회복의 상징으로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귀국했던 여세를 몰아17일의 총 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노리고 있다.
사회당과 공산주의계열에서는 17일의 총선이「카라만리스」의『선거에 의한「쿠데타」라고 비난하면서 조기선거를 반대했다.
좌파 측은 군정잔재를 철저히 숙청할 때까지 선거는 연기되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은 그동안 정치활동을 규제 당해온 그들로서는 새로운 조직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 선거에는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공산당 국내 파·국외 파·연합민주좌파·국가민주당이 참여하고 있지만「카라만리스」의 신 민주당과「파브로스」외상이 주도하는 중도연맹의 대결로 압축될 공산이 크다.
「마브로스」는 전직 의원 84명의 지지를 얻어 중도연맹의 당수로서 추대되어 지난 63년「파판드레우」상이 이끌었던 중도좌파지지 세력에 기대하고 있으며「파리」망명생활에서「드골」의 예찬자가 된「카라만리스」수상은『우파·중도파·좌파라는 잘못된 구별을 지양하고 오직 국가이익만을 목표로 하는』신민주주의를 제창하고 나섰다.
그는『67년 군부「쿠데타」이전의「그리스」정국은 한마디로 갈등과 불화였다』고 지적하고 민주체제의 확고한 보장으로 국민단합에 호소하고 있다.
대 정당에 유리한 비례대표제 선거방식과「카라만리스」의 개인적 인기로 신 민주당이 원내안정세력을 구축할 것은 확실시 된다.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전선을 통해 우파 및 중도파의 동정을 받았고「카라만리스」정부에 의해 합법성을 인정받은 공산당 등도 이번 선거에서는 다만 추종세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데 만족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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