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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착한 네 덕에 좀 쏘다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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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 흔히 말하는 저가항공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저가항공은 지난해 우리나라 항공시장의 21%를 차지했다. 저렴한 가격은 매력적이지만 서비스 제약은 잘 확인해야 한다. 사진은 이스타항공 승무원 조민경(29)씨.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3년 한 해에만 1569만 명이 탔다. 우리나라 하늘길을 오간 5명 중 1명 이상이 이용한 셈이다. 최근 여행업계에서 초대박상품으로 떠오른 ‘저비용항공사’ 이야기다.

‘저비용항공사’는 몰라도 ‘저가항공’은 익숙하다. 말 그대로 ‘싼 가격’을 앞세운 항공사가 저비용항공사다. 현재 우리나라에 5개 회사가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2005년 처음 취항한 이후 8년 만에 국내 항공시장의 21.4%를 차지할 만큼 폭풍 성장했다.

지난해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절반(48%)에 육박했다. 매년 점유율이 3~4%포인트씩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최초로 시장점유율 50%를 돌파하리라고 예상된다. 이미 김포∼제주(58.9%) 노선과 김해∼제주(72.7%) 노선은 대형 항공사를 앞섰다.

국제선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국제선 탑승객 10명 중 1명(9.6%)꼴로 저비용항공사를 탔다. 2010년(2.3%)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점유율이 네 배 이상으로 뛰었다. 인천∼괌(55.2%) 노선과 김해∼후쿠오카(52.3%) 노선은 저비용항공사와 대형 항공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국내외 저비용항공사 승무원들. 왼쪽부터 이스타항공 조민경, 스쿠트항공 박가은(35), 티웨이항공 오다영(28), 에어부산 김태균(30) 승무원.

현재 우리나라 하늘길은 항공사 간 경쟁으로 치열하다. 지난해 한국인 1500만 명이 해외로 나갔고, 외국인 1200만 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크루즈 등 배편을 감안해도 항공 수요는 최소 2000만 명을 넘는다. 여기에 국내선도 있다. 저비용항공사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까닭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가 운영하는 노선은 국내외 30개에 이른다. 외국계 저비용항공사도 속속 한국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한국에 취항 중인 외국계 저비용항공사는 6개로 16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올해 안에 외국계 저비용항공사 3개가 더 한국에 들어온다.

저비용항공사의 등장과 약진은 무엇보다 항공료 인하를 부추겼다. 저비용항공사 출현 이후 20만~30만원이던 김포∼제주 왕복 항공료가 10만원대로 줄었고, 수시로 판매되는 ‘특가 항공권’을 구입하면 왕복 5만원으로 서울에서 제주도를 갔다 올 수 있다. 일본은 10만원대, 홍콩이나 방콕은 20만원대 항공권이 나오기도 한다. 물가는 올라도 항공료는 계속 내렸다.

그러나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저비용항공사는 요금이 싼 대신 서비스가 제한된다. 유료 기내식에 화를 내는 건 저비용항공사의 운영방식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수화물을 부칠 때나 좌석을 지정할 때도 추가 비용을 물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영업전략은 효율성에 있다. 티웨이항공 양희찬 홍보 담당은 “비행기가 크면 그만큼 연료비·운영비가 많이 들어 저비용항공사는 180명 안팎을 태울 수 있는 항공기를 주로 이용한다”며 “비행시간도 최대 5시간30분 정도인 단거리 노선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여행자 입장에선 저비용항공사라는 선택사항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서비스를 포기할 것인가, 가격을 포기할 것인가,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하면 된다. 저비용항공사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week&이 속 시원히 풀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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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전광판만 봐도 저비용항공사의 인기를 알 수 있다. 운항 정보의 절반을 저비용항공사가 차지한다. 지난해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국내선의 48%를 점유했다.

저비용항공사 가격의 진실
반값 ‘특가 항공권’ 얼리버드만 낚아요

저가항공사는 스스로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로 부른다. ‘저가’라는 말에서 풍기는 싸구려 이미지를 거부한다. 질이 낮은 게 아니라 불필요한 서비스를 없애 비용을 줄였다고 강조한다. 어찌 됐든 LCC의 무기는 첫째도 둘째도 가격경쟁력이다. LCC는 우리에게 묻는다. 굳이 비싼 항공사를 이용할 것인지. 우리는 LCC에 묻는다. 너희가 정말 말처럼 싼지.

정말 쌀까?

현재 우리나라 항공료는 ‘항공사 마음대로’다. 이전까지 정부의 인가를 얻어야 요금 변경이 가능했지만 1999년부터 완전 자율제로 바뀌었다. 이후 항공사는 매년 항공료를 주물럭거렸다. 99년 편도 6만9000원이었던 김포~제주 대한항공 일반석 요금은 2004년 8만4400원까지 뛰었다.

요금 인상 추세는 LCC 취항으로 급제동이 걸렸다. 국내 LCC의 시작은 2005년 제주∼청주 노선에 취항한 한성항공(티웨이항공의 전신)이다. 이후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이 차례로 등장해 현재 국내 LCC는 5개다. 국내 LCC는 국내선의 경우 대형 항공사의 80%, 국제선은 70% 수준에서 요금을 맞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LCC 이용요금이 싸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1월 ‘컨슈머리서치’라는 소비자단체는 국내 LCC 요금이 대형 항공사의 80∼90%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김포~제주 편도 노선의 14일 정규 요금을 검색하면 아시아나항공은 9만6350원, 진에어는 8만5900원으로 가격 차가 거의 없다. 국제선도 마찬가지다. 14일 인천∼방콕 왕복 항공권의 경우 대한항공은 75만8100원, 제주항공은 70만7500원으로 차이가 미미하다. 유럽이나 북미 등 해외 LCC의 경우 대형 항공사보다 최대 50%까지 항공료가 싸다.

얼마나 쌀까?

LCC는 정말 싸지 않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LCC는 전체 좌석 중에서 5∼10%를 ‘특가’로 판매한다. 이 특가 항공권이 대형 항공사보다 절반 가까이 싸다. 180석짜리 항공기의 경우 20명 미만이 이 특가 혜택을 보는 셈이다.

특가 항공권은 대체로 탑승 날짜보다 2∼6개월 앞서 풀린다. 하여 ‘얼리버드’ 항공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정확한 티켓 발매시점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LCC 홈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각 LCC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해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에어부산은 분기마다 한 번씩 특가 이벤트를 진행한다. 지난 5일 이벤트를 시작했는데 부산∼홍콩 왕복 항공권이 20만4400원에 불과하다. 에어부산의 정규 요금보다 40∼50% 싸다. 티웨이항공은 매달 초 정기 ‘얼리버드 세일’을 진행한다. 지난달에는 인천∼후쿠오카(福岡) 편도 항공권을 5만9000원(세금 포함)에 선보였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3일 김포∼제주 편도 항공권을 2만6000원(세금 포함)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특가 항공권만 보면 LCC가 제시하는 항공요금은 파격적이다. 그러나 대가가 따른다. 대형 항공사 요금의 절반 가격에 나오는 LCC의 특가 항공권은 원칙적으로 여정 변경은 물론이고 환불이 불가능하다. 진에어만 수수료 10만원을 내면 환불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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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쌀까?

LCC는 항공료를 낮추는 대신 무료 서비스를 줄여 이윤을 남긴다. LCC 이용자가 가장 헷갈리는 게 기내식이다. 이동거리가 한 시간 내외인 국내선은 대형 항공사도 음식을 주지 않지만 국제선에서 차이가 분명히 난다.

이를테면 에어아시아·세부퍼시픽 같은 외국계 LCC는 물 한 잔도 돈을 받는다. 국내 LCC는 물·주스 등 음료와 삼각김밥 같은 간단한 음식은 공짜로 준다. 대신 따뜻한 음식(제주항공 쇠고기비빔밥 5000원)이나 어린이 기내식(진에어 1만원) 등은 돈을 받는다.

LCC는 수하물 규정도 박한 편이다. 대형 항공사는 국내선 20㎏, 국제선 23㎏까지 무료로 수하물을 맡길 수 있지만 LCC는 국내선 15㎏, 국제선 20㎏로 제한한다. 좌석을 지정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 LCC도 있다. 외국계 LCC인 피치항공은 9200원, 세부퍼시픽은 1만원을 내야 원하는 좌석에 앉을 수 있다. 나머지 LCC는 대부분 선착순으로 좌석을 배정한다. 진에어는 좌석을 구역으로 나눠 승객을 태운다.

LCC는 담요도 빌려 주지 않는다. 1만∼2만원씩 주고 사야 한다. LCC 운항시간이 대체로 비인기 시간에 몰려 있거나 LCC 탑승 게이트가 공항 중심부와 떨어져 있어 이동거리가 긴 것도 불편한 점이다.

구두쇠 여행자만 LCC를 이용하는 건 아니다. 항공료를 아껴 숙박이나 쇼핑에 투자하는 야무진 여행자도 많다. 내일투어 김희순(46) 전무는 “방콕이나 홍콩을 여행하는 고객 중에 항공은 LCC를 이용하면서 숙소는 5성급 특급호텔을 선호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고 말했다.

글=양보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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