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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황우석의 미 특허 … 후퇴한 '줄기세포' 돌아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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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만든 ‘1번 인간배아줄기세포(NT-1)’가 미국에서 11일(현지시간) 특허 등록됐다고 한다. 연구 논문 조작과 별도로 미 특허청이 NT-1을 체세포 복제방식의 배아줄기세포로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2005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이 조작됐다는 방송보도가 터져나오고,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배양은 허위”라고 판정한 뒤 9년 만의 반전인 셈이다.

 이른바 ‘황우석 사태’로 그동안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는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한때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줄기세포 연구는 한참 뒷걸음질쳤다. 예산 지원은 줄고 온갖 윤리적 규제들이 옥죄어 들었다. 얼마 전에는 줄기세포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히던 알앤엘바이오의 라정찬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미국·일본 등의 줄기세포 연구는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일본의 신야 야마나카 교수는 생쥐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역분화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해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거머쥐었다. 얼마 전에는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30세 여성과학자인 오보카타 하루코 박사가 쥐의 혈액세포를 약한 산성용액으로 자극해 줄기세포와 같은 STAP세포를 만들어 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윤리 논란에서 벗어나 맞춤형 세포치료의 ‘판을 바꾸는 기술(game changer)’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얼마 전 ‘네이처’지가 ‘복제의 귀환’이란 기사로 황우석의 복귀 조짐을 보도했다. 또 미 특허청이 NT-1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을 뿐이지 NT-1의 원천기술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논란도 있다.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뜨거운 찬반 논쟁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분명한 것은 더 이상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미룰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용화가 시도되고 있다. 누가 가장 간단하고 값싸게 줄기세포를 만들지를 놓고 주요 선진국들이 총력을 쏟아부어 경쟁하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