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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령 98㎝ … 영동 '습설의 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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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강원도 영동지역에 9일까지 나흘째 폭설이 이어지고 있다. 나흘간 80.5㎝(9일 오후 10시 현재)의 눈이 내린 강릉시내에서 차량 위 눈을 치우고 있다. 기상청은 폭설이 10일까지 이어지며 산간지역에는 10~30㎝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강릉=변선구 기자]

“집 앞에서 큰길까지 250m 마을길에 140㎝ 높이의 눈이 쌓였다. 도저히 헤치고 나갈 수가 없다. 세 식구가 집 안에만 갇혀 있다. 혹여 아버님·어머님이 아프시기라도 할까 걱정이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흘2리에 사는 주도경(50)씨는 9일 본지 기자에게 전화로 이렇게 폭설 소식을 전했다. 주씨가 사는 곳은 진부령 정상(해발 520m) 부근의 옛 알프스스키장에서 3㎞를 더 들어가는 오지다. 6일부터 계속된 폭설로 버스 운행이 끊겼다.

 강원도 영동지방에 주말 ‘눈폭탄’이 쏟아졌다. 9일(오후 10시 현재)까지 나흘간 진부령 98㎝, 미시령 96.5㎝, 강릉 산간 88㎝, 속초에 56㎝ 눈이 내렸다. 폭설 때문에 곳곳에서 교통이 통제됐다.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하장면을 잇는 댓재 15㎞ 구간과 평창군 대관령면 옛 영동고속도로 구간(대관령 옛길)은 월동 장구를 갖춘 차량만 통행이 가능하다. 강릉·속초·동해·삼척·고성 등 6개 시·군에선 31개 시내버스 노선이 단축 운행되고 있다.

 기상청은 10일까지 이 지역과 경북북부 동해안·산간지방에 10~30㎝의 눈이 더 오겠다고 예보했다. 강릉 구정초교 등 영동지방 41개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10일 휴업할 예정이다.

 이번 폭설을 초래한 것은 습한 동풍이다. 현재 한반도 북쪽에는 고기압, 일본 남쪽에는 저기압이 형성돼 힘겨루기 중이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한반도 남북 쪽에서 바람이 동해로 밀려들며 동풍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 위를 지나면 다량의 수증기가 만들어진다. 겨울철 호수 위에 물안개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렇게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태백산맥을 만나 급상승하며, 영동지방에 엄청난 눈을 토해 내고 있다.

 물 먹은 솜 같은 습설(濕雪)은 물기가 적은 건설(乾雪)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간다. 보통 1㎥의 눈이 녹아 물이 됐을 때 무게가 300㎏ 이하면 건설, 이보다 무거우면 습설로 본다. 폭 10m, 길이 20m의 비닐하우스 위에 1m 높이의 습설이 쌓이면 무게가 60t 이상 나가게 된다. 이런 습설로 강원도 양양 등지에선 비닐하우스 6동이 무너졌다.

강릉=이찬호 기자, 김한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물기 머금어 엄청난 무게
비닐하우스 붕괴사고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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