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마다 뛰는 다문화 예산 … 한부모가정 역차별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법무부는 최근 외국인 신부(新婦)들에 대한 결혼비자 심사 강화 대책(중앙일보 2월 6일자 13면)을 내놓았다. 골자는 ‘오는 4월 1일부터 한국어능력시험(TOPIK) 초급 1급을 따지 못한 외국인 배우자에게 결혼 이민비자(F-6)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헌법상 ‘혼인의 자유’ 침해로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이번 대책을 법무부가 밀어붙인 배경은 뭘까. 중앙일보 취재 결과 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다문화 예산 급증에 따른 역차별 우려를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9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2012년 “다문화 예산 급증으로 국내 다른 복지부문과의 형평성 등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으니 결혼 이민비자 정책을 재검토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실제 정부의 다문화 지원 예산은 첫해인 2005년에는 여성발전기금에서 지원한 2억원이 전부였다. 그러다 2008년 3월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을 계기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해 317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늘어 중앙정부 사업비가 2012년 1073억원, 2013년 1232억원(지자체 사업비 포함 시 2000억원대 추산)에 달했다. 이 중 2012년 세부 지원내역은 취업훈련 등 국내 정착 지원(434억원), 다문화 자녀 학습 및 적응 지원(240억원), 사회통합(152억원), 다문화가족 지원 기반 구축(246억원) 등이었다. 기재부의 요청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 외국인과 결혼하려는 한국인 배우자에게 ‘국제결혼안내프로그램’(3시간)을 의무적으로 수강케 하고 혼인신고 전 비자 발급을 위한 사전인터뷰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오는 4월부터 한국어능력을 비자 발급 요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한국 남편이 외국인 신부를 초청하면 그에 필요한 정착 지원을 국가 예산으로 할 수밖에 없는 현행 구조가 국민들 사이에 (복지) 역차별 논란을 키운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문화 가정과의 역차별 사례로 주로 거론되는 건 국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지원사업이다. 지난해 한부모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은 660억원으로 다문화 가족(1232억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국내 저소득층 한부모가정(21만8000가구)은 현재 28만1000여 가구인 다문화 가정보다 6만여 가구가 적다.

 국내로 들어오는 결혼이민 패턴이 바뀐 것도 법무부가 비자 발급 문턱을 높인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외국인과 결혼하는 한국인 배우자를 보면 농어촌 총각은 10%대로 떨어졌다. 대신 80% 이상이 도시 거주자이며, 재혼 이상이 45%에 이른다. 다문화지원예산을 총괄하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올 들어 다문화가족정책협의회를 통해 부처 간 유사·중복사업을 통폐합하는 등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