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의 인구는 67만 명이다. 충북 인구(157만 명)의 절반에 육박한다. “충북지사 선거의 성패가 청주 민심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선 바로 이 청주의 명문고인 청주고 동문들끼리의 치열한 혈투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 이시종 충북지사(민주당)는 물론 이 지사에게 맞서 도전장을 낼 새누리당 후보들이 모두 청주고 출신이어서다.
서울고법 항소심(정치자금법 위반)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은 7일 충주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마를 시사했다. 윤 의원은 “충주에 당분간 머물며 많은 시민을 만나 도지사 출마와 관련한 의견수렴 과정 등을 거치겠다”며 “출마선언은 이런 과정들이 끝나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의 측근은 “출마선언 시기 결정만 남았다”고 했다.
윤 의원이 새누리당 후보가 되면 ‘절친’끼리의 6년 만의 맞대결이 된다. 충주 출신인 이 지사와 윤 의원은 청주고 동기동창(39회)이다. 서로를 “친한 친구”라고 말한다. 졸업은 윤 의원이 1년 늦게 했다. 윤 의원은 이 지사에 대해 “충주에서 같이 유학을 떠나 동문수학한 친한 친구”라고 평가하면서 “좋은 추억이 너무 많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걸어온 길도 비슷하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이 지사는 행정고시(10회)를 거쳐 내무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후 민선 충주시장(3회)→국회의원(17, 18대)→충북지사에 이르기까지 6전6승이란 불패 신화를 일궜다. 윤 의원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역시 행시(12회)에 합격, 정통 경제관료를 지냈다. 재경부 차관→산자부 장관→청와대 정책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둘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고향인 충주에서 맞붙었다. 고향 친구끼리의 대결이자 내무관료와 경제관료의 한판 승부에서 승리는 이 지사가 거머쥐었다. 당시 후보 등록 때 둘은 “경쟁은 하더라도 우정은 변치 말자”며 포옹하는 등 친분을 과시했지만 1582표 차로 당락이 엇갈리면서 편치 않은 관계가 됐다. 2010년 이 지사가 충북지사 선거에 나가면서 치러진 충주 보궐선거에선 윤 의원이 승리했다. 윤 의원은 충주에서 내리 재선(18, 19대)을 하면서 롯데맥주·코스모신소재 등 굵직한 대기업을 유치하는 등 경제관료 출신의 저력을 과시했다.
청주고 3년 선배인 이기용 충북도교육감도 이달 말 교육감 직에서 사퇴하고 새누리당 후보로 충북지사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충북 진천 출신인 이 교육감은 충북 최초의 3선 교육감이다. 교육계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데다 지역 내 인지도가 높다는 게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출판기념회 땐 같은 중앙대 동문인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등 7000여 명이 참석해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했다. 이 교육감은 올 초 정우택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청주 상당구 당협위원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서규용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새누리당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일찌감치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서 후보 역시 이시종 지사, 윤진식 의원과 같은 청주고 동기다. 서 후보는 지난해12월 청주에서 『돌직구 장관 서규용 이야기』 출판기념회를 열어 지사 출마에 시동을 걸었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도지사 선거가 치러졌지만 청주고 동문끼리 대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지역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천권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