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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취임날 주가 폭락 … 출발부터 도전받는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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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일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취임한 재닛 옐런. [워싱턴 AP=뉴시스]

재닛 옐런(67) 시대가 열렸다. 옐런은 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에 공식 취임했다. 100년 연준 역사상 첫 여성 수장이다. 그러나 취임식은 조용히 치러졌다. 전임자인 벤 버냉키 의장의 2006년 첫 취임식과는 딴판이었다. 당시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의회지도자들과 전임 연준 의장들 앞에서 연설을 했을 정도로 떠들썩했다.

 옐런을 맞이한 건 요동치는 시장이었다. 뉴욕 증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2.08% 빠지는 등 주요 지수가 2% 이상 하락했다. 이날 증시엔 심상치 않은 패턴이 나타났다. 지난달 말 연준이 양적완화 추가 축소(월 750억 달러→650억 달러)를 발표한 이후 증시 하락세가 아시아-유럽을 거쳐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미국으로 왔다는 점이다. 주가하락이 각국을 전염시키며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미국 증시가 폐장한 뒤 열린 일본 증시는 닛케이 지수가 4.18% 떨어지는 폭락장을 연출했다.

 연준으로선 당혹스러운 양상이다. 사실 양적완화 추가 축소 결정은 연준의 ‘마이 웨이(My Way)’선언이었다. 신흥시장에 불이 났어도 미국은 괜찮다는 자신감이 크게 작용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준은 세계의 중앙은행이 아니라 미국의 중앙은행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지금 같은 시기에 연준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그런 사고방식이 위험천만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기업의 신흥국 의존도(순이익 기준)는 15%나 된다. 펜토포트롤리오전략 창업자인 마이클 펜토는 “미국은 (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다. 중국과 신흥시장이 위축되면 미국은 도대체 어디에 수출을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물론 이날 미국 시장 급락의 표면적 요인은 경기지표 부진이다.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3으로,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계절적 특수요인일 수 있다. 1월 내내 수십 년만의 혹한으로 경제 활동이 원활하지 못했다. 연일 발표되는 중국 경기지표 악화는 또 다른 근심거리다. 시장이 과민반응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주가가 더 떨어져야 한다는 의견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옐런으로선 취임하자마자 벅찬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해 말 버냉키가 출구전략 실행을 선언할 때만 해도 글로벌 경제 정상화가 손에 잡힐 듯했다. 그러나 옐런의 세계 경제대통령 등극을 기다렸다는 듯이 악재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온 형국이다. 시장엔 ‘퍼펙트 스톰’이 닥칠 것이란 비관론이 다시 등장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신흥시장 불안과 유럽 디플레이션, 중국 경제 경착륙이 함께 덮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런 위기를 당장 모면하자면 다음 달 열릴 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비둘기파인 옐런으로선 구미가 당기는 카드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와 함께 양적완화를 설계했던 버냉키는 떠났고 주변엔 온통 매파가 둘러싸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시장의 압력에 굴복하느냐는 비판 여론도 부담스럽다. 취임하자마자 옐런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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