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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독도가 진짜 우리 땅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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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십수 년 전의 일이다. 그때, 우리 일행은 오징어를 잡으러 나선 어선들의 현장 취재를 위해 선박 편으로 울릉도를 출발하여 대화퇴(大和堆)로 향하였다. 대화퇴는 독도 동북쪽 공해상에 있는 황금어장으로 바다 속에 잠겨 있는 큰 해산(海山)이다. 그러나 그 어장에 도착하기 직전, 우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거칠고 드높은 폭풍우와 마주치고 말았다. 어마지두 놀란 선장은 궁여지책으로 부근에 있는 독도로 대피를 시도하였다. 파도에 떠밀리면서 천신만고 끝에 독도에 당도했으나, 우리 취재진 일행은 상륙할 수 없었다. 그곳을 사수하고 있다는 해안경비대가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서슬 시퍼렇게 상륙을 제지했기 때문이었다. 까닭인즉슨 도지사가 발부한 상륙허가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개미새끼 한 마리도 상륙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목숨이 백척간두에 걸린 재난을 당하고 있는 자국민에게 그깟 허가증 한 장 때문에 구조는커녕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소리 질렀던 한마디를 기억한다. "독도가 진짜 우리 땅 맞아?"

쏴 볼 테면 쏴 보라는 막가는 배짱으로 접안 시설도 없는 부두로 뛰어내렸던 우리 일행이 끌려간 곳은 경비 초소였고, 그곳에서 책임자의 신문을 받게 되었다. 태풍 속의 격랑에 놀라 이미 혼백이 나간 상태였던 우리 일행은 그 초소에서 다시 한번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비 책임자가 스스로는 고개를 가눌 수 없을 만큼의 만취 상태에서 횡설수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대낮부터 술을 마시게 된 까닭이 또한 가관이었다. 독도 속의 동도와 서도를 내왕하기 위하여 배치해둔 거룻배가 지난밤의 풍랑에 휩쓸려 나가 흔적도 없어진 것이었다. 그 거룻배는 그 당시 독도에 존재하는 유일한 선박이기도 하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독도의 경비책임자라는 사람이 만취 상태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는 순간, 또다시 울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과연 독도가 진짜 우리 땅 맞아?" 그곳이 우리 땅이라면, 어째서 재난을 겪고 있는 자국민의 구조는 매몰차게 외면한 채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문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는 증거는 또 있다. 우리의 국방백서에 독도의 존재가 없다는 보도가 바로 그것이다. 더욱이나 2000년까지는 존재하였던 그 백서의 독도가 어떤 이유로 빠지게 되었는지 정말 울화통 터지는 일이 아닌가. 독도가 정녕 우리의 영토이고 우리의 땅이라면, 얼차려를 받아도 수백 번을 받아 마땅한 얼빠진 위인들이 만든 얼빠진 국방백서가 아닌가. 독도가 분명 우리 땅임에 틀림없다면, 역대 정권은 무슨 까닭으로 일본이 독도 문제를 들먹일 때마다 쉬쉬하거나 혹은 미온적으로 혹은 소극적으로 문제를 덮는 것만이 상책인 양 행동해 왔었는지 그 문제부터 명명백백하게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이 가슴에 품고 있는 "독도가 진짜 우리 땅 맞아?" 라는 의문에 속 시원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 일본 혹은 우익을 자처하는 일본인들의 못된 침략근성에 치명적인 일격을 퍼부어야 한다. 독도가 우리 땅이란 전통적인 견해에 걸핏하면 딴죽을 걸고 있는 저들을 묵사발로 만들어야 한다. 핑계만 있으면, 우리의 정체성을 훼손하려고 깐죽거리는 저들의 침범에 위협이나 겁만 주어서 내쫓을 것이 아니라, 가차 없이 발포해야 한다. 거액의 국고를 들여서 구입한 무기는 어디다 쓰겠다는 것인가. 어째서 자국민에게는 허가장을 내놓으라고 엄중하게 위협하면서, 21세기를 넘기면서까지 침략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일본에 대해선 그토록 관대해 왔었다는 것인가. 십수 년 전부터 가슴에 품고 있었던 의문, 독도가 진짜 우리 땅이 맞긴 맞는 것인가.

김주영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