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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깔나는 흑피, 맛깔나는 양지 육수 … 맛집 저리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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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두는 빚는 모양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 맨 왼쪽에 있는 만두가 개성식 둥근 만두로 만둣국에 적합하다. 가장자리를 부챗살 모양으로 접은 건 군만두용이다. 보자기를 연상시키는 건 `편수`로, 여러 개를 큰 보(만두피)로 싸서 쪄먹기 때문에 보(褓)만두라고도 불린다. 해삼모양으로 생긴 `규아상`은 여름에 쪄먹는다. 복주머니처럼 생긴 만두는 궁중요리에 쓰이는 `석류탕`으로 여기선 부추로 띠를 둘러 색감을 더했다.

경기도 이북 지역에선 설이면 만두를 빚어 만둣국을 해 먹었다. 만두는 빚은 모양이 복(福)을 싼 것 같다 하여 ‘복을 먹는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춥고 가난했던 시절, 국 한 그릇으로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모두 보충한다는 이유가 더 컸으리라. 여기에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만두를 빚는 풍경은 그 자체로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피를 밀고 소를 만들고 만두를 빚는 일은 이만저만 고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설에는 만두를 빚어야 한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준비하는 일, 그것이 바로 곧 ‘정성’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설을 앞두고 피 만들기에서 고명 얹기까지 집에서 만드는 만둣국의 정석을 배우기 위해 권우중(사진) CJ제일제당 한식 총괄 셰프를 찾았다. 권 셰프는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의 만두 메뉴 개발에 참여한 만두 전문가다. 그가 서울시내 내로라하는 만두 맛집을 샅샅이 훑으며 터득한 ‘맛의 코드’를 week&에 소개했다.

2 흑피로 빚은 만두로 끓인 만둣국. 흰색 조랭이떡과 색상 대비를 이뤄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색깔이 남다른 우리 집 만두피

만두가 경기도 이북 지역에서 발달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피다. 남부 지방에선 쌀이 흔하고 밀이 귀했던 반면 이북 지역은 밀이나 메밀이 흔해 만두와 냉면 등의 음식이 발달할 수 있었다. 보통 만두피 하면 밀가루에 소금과 물을 넣고 빚은 흰색 만두피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기왕 집에서 만두를 빚을 마음을 먹었다면 다른 재료를 활용해 우리 집만의 개성 있는 만두를 빚어 보자. 권 셰프는 흑미가루를 넣은 흑피를 제안했다. 흑피로 빚은 만두로 떡만둣국을 만들면 흰 떡과 대비를 이뤄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집에서 빚는 만두피의 또 다른 장점은 쫄깃한 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손으로 치댈수록 글루텐이 형성되면서 반죽이 차지게 된다. 만둣국에 들어갈 피는 시중에서 파는 만두피보다 약간 두꺼워야 한다. 교자처럼 속이 비치는 만두피는 끓는 물에서 쉽게 터지기 때문이다.

●재료(모든 재료는 4인분 기준)=물 160g, 밀가루 중력분 300g(밀가루 2 대 흑미가루 1), 소금 2g ①손으로 충분히 치대어 반죽을 만든다. 질게 될 경우 밀가루를 더 넣어 반죽의 되기를 조절한다. ②비닐봉투에 담아 냉장고에 30분 이상 숙성시킨다. ③숙성시킨 반죽을 도마에 밀가루를 뿌린 뒤 밀대를 이용해 얇게 밀어 준다. ④얇게 민 만두피는 9㎝가량의 동그란 원 모양의 틀로 찍는다. ⑤만두피는 장마다 밀가루를 충분히 뿌려 서로 붙지 않게 겹쳐 놓는다.

3 만두피는 손으로 돌려가며 밀대로 밀어주면 균질하게 펴진다.

4 모든 재료는 물기를 꼭 짜고 섞어야 빚었을 때 만두피가 찢어지지 않는다.

팔방미인 만두소 만들기

온갖 재료를 버무려 소를 넣은 만두는 그 자체로 영양 만점인 음식이다. 고기와 채소를 갖은 양념에 골고루 버무려 피로 싼 형태여서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만두가 오랜 기간 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면서도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만두는 자연스럽게 그 지역 환경에 맞게 변모해 왔다. 추운 평양 지역에서 만들어진 평양식 만두는 돼지고기와 김치, 기름 등 열량이 높은 재료로 속을 두툼하게 채워 든든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비해 개성 만두는 배추·부추·숙주 등을 듬뿍 넣어 겨울철 부족한 채소를 섭취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궁궐과 반가가 있던 서울 지역은 고급 식재료를 썼다. 궁중잔치의 기록에는 생치(꿩)만두, 생복(생전복)만두, 진계(묵은 닭)만두, 생합(백합)만두 등이 등장한다. 여기선 가장 보편적인 고기만두에다 칼칼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김치만두, 채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버섯만두 소를 각각 만들어 봤다.

●고기만두 재료=다진 돼지고기 150g, 두부 180g, 배추 120g, 숙주 90g, 다진 파 약간, 다진 마늘 15g, 다진 생강 6g, 양조간장 4g, 참기름 12g, 후춧가루 약간, 꽃소금 6g ①재료들은 크기에 맞게 잘라 준다. ②숙주는 끓는 물에 25초가량 데친 뒤 찬물에 식혀 물기를 제거한다. ③배추는 끓는 물에 1분가량 데치고 찬물에 넣어 물기를 제거한 뒤 0.7㎝x0.7㎝ 크기로 썬다. ③두부는 으깬 뒤 물기를 없앤다. ④준비된 재료에 양념을 넣고 혼합한다.

●김치만두 재료=다진 돼지고기150g, 다진 신김치 150g, 두부 90g, 데친 숙주 30g, 다진 파 9g, 다진 마늘15g, 다진 생강6g, 참기름 12g, 꽃소금 3g ①숙주는 끓는 물에 25초가량 데치고 찬물에 식혀 물기를 없앤다. ②다진 신김치는 물기를 제거해 주고 두부는 으깬 뒤 물기를 없앤다. ③준비된 재료에 양념을 넣고 혼합한다.

●버섯만두 재료=다진 싸리버섯 60g, 다진 백화고 또는 표고버섯 120g, 두부 150g, 양조간장 9g, 들기름 15g, 다진 파 약간, 다진 마늘 9g ①싸리버섯은 끓는 물에 20초가량 데쳐서 식혀 준다. ②버섯들은 0.4㎝X0.4㎝ 크기로 썰어 준다. ③두부는 으깬 뒤 물기를 제거한다. ④준비된 재료에 양념을 넣고 혼합한다.

5 집에서 빚는 만두는 가족의 입맛에 따라 다양한 소를 넣을 수 있다. 위쪽부터 김치·고기·버섯만두.

만둣국용 만두는 둥근 만두가 제격

이제 온 가족이 기다리는 본격적인 만두 빚기의 시간이다. 설 하면 만두가 떠오르는 건 아마 도란도란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 장면 때문이다. 만두는 빚는 모양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음식의 전체적인 맛에 맞도록 최적화된 형태로 진화돼 왔기 때문이다. 만둣국에서는 양쪽 피 끝을 이어 붙여 동그랗게 빚은 둥근 만두가 제격이다. 만두를 둥글게 빚으면 뜨거운 육수와 만나도 만두가 터지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입에 넣었을 때 한입에 가득 차는 느낌을 주면서 혀 밑으로 육즙이 고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군만두가 길쭉하게 생겨 혀의 중간과 끝부분의 미각을 자극하는 것과 비교된다.

●재료=앞서 준비한 피와 소 ①만두피에 소 20g을 올린다. ②피 가장자리에 물을 묻히고 반을 접어 가장자리를 꾹꾹 눌러 준다. ③접힐 부분을 손끝으로 살짝 밀어 속을 봉긋하게 만든 뒤 끝부분을 오므려 동그란 모양으로 완성한다. 

맑고 깨끗한 육수 내기

만둣국은 쇠고기·닭고기·멸치 등 다양한 재료로 육수를 낸다. 그중에서도 별미는 꿩 육수다. ‘꿩 대신 닭’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꿩 육수는 닭고기로는 낼 수 없는 감칠맛을 낸다. 또 만두소로 꿩고기를 쓰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난다. 국물은 북쪽으로 갈수록 걸쭉하고 탁하며, 남쪽으로 갈수록 맑아진다. 이북 지역은 사골을, 서울지역은 쇠고기를, 남부 지방은 멸치나 디포리를 주로 쓴다. 여기선 국물이 맑으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양지 육수를 사용했다.

●재료=차돌양지 300g, 국간장 2큰술, 채를 썬 대파 약간, 꽃소금 약간, 까나리액젓 약간, 통마늘 45g, 통후추 10알, 생강 저민 것 10g, 청주 20mL ①차돌양지는 3시간 이상 찬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한다. ②냄비에 차돌양지와 물, 청주, 파, 마늘, 생강을 넣고 센 불에서 끓여 준다. ③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중불로 줄이고, 국물이 우러나올 때까지 끓여 주며 불순물은 수시로 건져 준 뒤 간을 한다. ④국물 양은 물을 첨가해 물 2L로 만들어 면보에 걸러 준다.

고명 얹는 순간까지 정성 가득

만둣국이 손이 많이 가는 이유는 한 솥 끓이는 게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때때옷을 입히듯 고명을 예쁘게 얹어야 정성스러운 만둣국 한 그릇이 탄생한다. 고명 만들기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이 흰자로 만드는 백지단이다. 초보자가 만든 백지단은 달 표면처럼 울퉁불퉁하기 마련이다. 흰 종이를 썰어 놓은 것처럼 균질하고 깨끗한 백지단을 만들기 위해선 흰자의 알끈과 거품을 제거하고 체에 걸러 사용해야 한다. 또 약한 불로 프라이팬을 달궈 지단을 부친 뒤 식힌 다음 썰어야 한다. 만두는 그 자체로 다양한 재료들이 혼합돼 있기 때문에 별다른 반찬 없이 김장김치나 갓김치와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재료=채를 썬 대파 약간, 황지단 채 약간, 흰지단 채 약간, 양지고기 80g(양념=대파 다진 것 5g, 국간장 10g), 꽃소금 약간, 까나리액젓 약간 ①준비된 육수에 만두를 집어넣어 6분가량 끓인다. 불려 놓은 가래떡이나 조랭이떡을 넣고 함께 끓여도 된다. ②꽃소금과 까나리액젓은 입맛에 맞게 소량 첨가해 간을 맞춰 준다. ③양지고기는 가늘게 찢어 양념하고, 만두와 국물을 그릇에 담은 뒤 고명을 얹어 준다.

글=김경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 CJ제일제당
도움말 주신 분=권우중 CJ제일제당 한식 총괄 셰프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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