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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묻는 국민이 어리석다니 … 거위깃털 이은 최악의 타이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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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오석 부총리는 23일 전날 발언과 관련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뜻은 없었다"고 말했다. [뉴시스]

새누리당이 경제수장의 발언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소비자가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며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한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정치쟁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 부총리는 특히 금융당국의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어리석다”는 말까지 했다. 자칫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이반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이례적으로 현 부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국에 책임이 없다는 말을 납득할 사람은 없다”며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자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못 받는 현실도 모르는 한심한 발언이자 국민의 염장을 지르는 발언”이라며 현 부총리의 사과를 촉구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말 한마디로 여론악화를 초래한 상황”이라며 “부족한 정무감각이 안타깝다”고 했다. 당내에선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거위깃털에 이은 최악의 타이밍”이란 말도 나왔다. 조 수석은 지난해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는 식으로 1년에 세금 16만원 정도는 더 내도 괜찮지 않으냐”고 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경제라인의 경질을 요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어리석은 정부가 책임을 묻는 국민을 어리석다고 하는 건 오만과 무책임”이라며 “당국의 대처로는 사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게 현 부총리의 어리석기 짝이 없는 발언으로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현 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등 책임자 3인방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현 부총리는 23일 오후 대변인을 통해 “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무척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인터넷 사이트 가입 시 금융소비자 96%가 정보제공 동의서를 잘 파악하지 않는 관행(개인정보보호위원회 설문)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획재정부도 별도의 공식 해명자료에서 “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 당장 시급하다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2차 피해 없다”=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유출된 개인정보는 전량 회수돼 2차 피해는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대출이나 보험에 활용된다”(새누리당 강석훈), “신분증 위조나 명의 도용으로 납치·협박 등에 이용될 수 있다”(민주당 정호준)며 우려를 표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특정인의 휴대전화, 주민번호를 알아야 빅데이터로 이용할 수 있는데 유출 항목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태화 기자,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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