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0만원짜리 갤럭시노트3도 공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23일 오후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노트3’ ‘G2’ ‘아이폰5S’가 수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1~5위에 올랐다. 이동통신 3사가 이날 새벽부터 온·오프라인 대리점 조직을 총동원해 스마트폰 한 대당 최고 100만원에 이르는 보조금 전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5시 서울 A통신사 대리점에서는 월 6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번호 이동을 할 경우 갤럭시노트3의 보조금이 100만원까지 지급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보조금 가이드라인 27만원보다 73만원이나 많은 액수다. 갤럭시노트3의 출고가가 106만7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낸 단말기 값은 고작 6만7000원이다. 사실상 ‘공짜폰’인 셈이다.

 실제로 LG전자가 지난해 8월 출시한 최고급 스마트폰 G2(99만9900원)는 이날 소비자 부담액이 0원인 공짜폰이 됐다. B통신사에서 4개월간 6만원대 요금제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출고가만큼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바로 전날까지도 60만~70만원대에 판매됐던 제품이다. 이날 아이폰5S 역시 90만원대의 보조금폰이 됐다. 하루 전인 22일 휴대전화를 바꾼 소비자는 순식간에 ‘호갱님’(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로 어수룩한 고객을 뜻하는 은어)이 돼 버린 셈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22일 밤 경쟁사 중 한 곳이 가입자 1만 명 순증 목표를 내세워 전 영업조직이 새벽부터 나서 보조금을 뿌리면서 시장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C통신사는 22일 밤 전국 영업조직망에 문자메시지를 돌려 보조금 인상 계획과 함께 “내일 전쟁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보조금 전쟁은 KT 황창규 신임 최고경영자(CEO)의 취임을 앞두고 극에 달한 경쟁의 한 단면이다. 시장점유율 3위인 LG유플러스는 27일 황 CEO 내정자가 취임하기 전에 점유율을 높여 새로운 경쟁체제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KT가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가입자를 확보하자는 전략이다. KT도 지난해 빼앗겼던 52만 명의 가입자를 되찾아 황 신임 CEO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할 처지다.

 실제 이통 3사의 시장점유율 변동은 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이통 시장의 점유율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SKT 50.04%, KT 30.11%, LGU+ 19.85%다. 하지만 HMC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점유율이 각각 49.97%, 30.09%, 19.92%로 바뀐 것으로 추산했다. SKT의 점유율이 10여 년 만에 50% 아래로 하락하고, LGU+가 20%대에 육박하는 등 판이 바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번호 이동 시장에서 0.1%의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전을 펼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상징하는 바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U+가 점유율 20% 달성을 위해 돈을 풀면 SKT가 방어에 나서고, KT가 이에 맞대응하면서 3사의 ‘쩐의 전쟁’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2월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전후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새로운 단말기를 출시할 가능성도 있어 재고로 쌓인 단말기도 처리해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월이나 4월께 갤럭시 시리즈 신제품 갤럭시S5를 발매한다”고 밝혔다.

 3월 임기가 끝나는 방통위 위원들의 레임덕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5명의 상임위원 중 3명 정도가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기가 끝나는 방통위원들이 자신의 거취를 감안해 손에 피를 묻히기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래부 관계자는 “그간 보조금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를 영업 정지하겠다고 해 놓고는 실제론 과징금 부과만 한 탓도 크다”고 말했다. 또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까지는 휴대전화 판매 성수기라는 점, 올해 통과될 단말기유통법의 시행을 앞두고 막판 가입자 유치 등의 복합적 요인이 겹치면서 과열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주무부서인 방통위는 24일 이통 3사 임원들을 소집해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멈추고 시장 안정화에 노력해 줄 것을 주문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3사의 부사장을 소집한 지 보름도 안 돼 임원을 다시 부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업계 안팎에선 방통위의 칼날도 이통 3사의 보조금 경쟁을 막기엔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위기다. 한 이동통신 컨설턴트는 “이통사들은 1000억원대의 과징금도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등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수련·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