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그래도, 추천

중앙일보

입력 2014.01.24 00:01

업데이트 2014.01.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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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연말 코스피 지수 종가는 2011.34였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12월 한때 1950선까지 밀렸지만 내성을 키우며 서서히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새해 장이 시작되자마자 연말의 상승세는 무참히 꺾였다. 지난 2일 코스피는 2.2% 급락하며 1960선으로 내려앉았다. 그 뒤로 20여 일이 지났지만 한 걸음도 못 나갔다. 23일 코스피가 1947.59로 장을 마쳤으니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시장에선 이 원인을 ‘코리아 G2(Group of 2)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부진’에서 찾는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주력 3사(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미래는 없는 걸까. KDB대우·신한·우리·한국·현대 등 대형 증권사 5곳의 리서치센터장에게 물어봤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한계에 실적 부진했지만
경쟁사보다 저평가 … 경기 회복 덕 볼듯

문제는 어닝쇼크였다. 삼성전자는 7일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8조3000억원이라고 잠정 발표했다. 국내 증권사 추정치(9억4626억원)보다 1조원 이상 적었고, BNP파리바가 목표주가를 내리며 내놓은 추정치(8조7800억원)보다도 적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이틀간 5% 넘게 하락하며 130만원 선 아래로 밀렸다. 그 뒤로도 등락을 반복하며 130만원 선 근처를 맴돌고 있다.

 수익성에 대한 의문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부닥쳤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경쟁은 중저가 시장으로 옮아붙었다.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던 애플이 지난해 9월 컬러 플라스틱 커버를 채용한 중저가 모델 아이폰5C를 내놓았을 정도다. 중저가 모델을 팔아선 고급 모델을 팔 때만큼 이익을 낼 수 없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17% 수준이던 휴대전화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절대강자였던 노키아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소수의 부자 나라에서만 쓰던 휴대전화가 개발도상국으로까지 보급되면서 경쟁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저가 시장으로 옮아갔다. 그러자 2004년 초 23달러 선이던 주가가 그해 8월 11달러까지 떨어졌다.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준재 센터장은 “하지만 노키아가 10% 중반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하자 주가가 반등해 2007년 41달러까지 올랐다”며 “삼성전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때까지는 주가 등락이 반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5명의 센터장은 전원 삼성전자에 대해 매수를 추천했다. 경쟁사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이 주당순이익(PER) 12.4배, 주당순자산(PBR) 3.6배인데 삼성은 각각 6.8배, 1.3배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순자산 대비 주가가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삼성은 부품(반도체)에서 완제품(스마트폰)까지 만들지만 애플은 완제품만 만든다”며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한계라는 위기는 삼성보다 애플에 더 큰 위험 요소라는 걸 감안하면 삼성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는 평가를 받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과 비교해도 삼성의 주가는 낮은 수준이다.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센터장들이 삼성전자를 매수 추천하는 이유다. 정보기술(IT) 제품은 경기가 좋아야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문제가 있어서 파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돈을 빼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15~20%에 달하니 코스피를 살 때 삼성전자를 사듯이 코스피를 팔 때 삼성전자를 파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이 본격화돼 달러화가 절상되고,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로 한국 증시가 오르면 외국인은 다시 코스피를 사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삼성전자도 오르게 돼 있다. 이 센터장은 “주가가 부진한 지금이 오히려 삼성전자를 담을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삼성전자 역시 성장주로 남느냐 가치주로 남느냐 기로에 섰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스마트폰을 대체할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센터장들은 입을 모았다. 그걸 찾지 못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이 아니라 배당을 통해 투자자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차, 지난해 매출 3% 늘었지만 이익은 감소
성장 여지 충분 … 올해 신차 효과 기대

23일 외국인들은 289억원어치의 현대차 주식을 팔아치웠다. 코스피 종목 중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이 현대차였다. 이날 현대차는 연 매출(87조3076억원)이 전년보다 3% 늘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1.5% 감소한 8조3155억원이었다. 내수 부진과 원고·엔저 환경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외국인들의 매도세를 막진 못했다.

 현대차의 발목을 잡는 건 녹록지 않은 외부 환경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도요타자동차,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르노닛산에 이어 5위다. 이들 5개 기업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 4개 기업의 점유율은 10~12% 수준, 현대·기차아의 점유율은 9%로 차이가 크지 않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도요타자동차가 엔저 날개를 달았다. 그렇잖아도 어려운데 원화까지 오르고 있다.

 현대차 내부에도 원인은 있다. 성장률 둔화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9.5%로, 3년 만에 두 자릿수대가 무너졌다. 팔기는 많이 팔았는데 정작 남는 게 줄었다. 양기인 센터장은 “2009~2011년 두 자릿수였던 현대차의 판매 증가율 역시 2012년부터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며 “성장률 둔화가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따지고 보면 현대차가 2009년 이후 급성장한 것도 외부 요인 덕이 컸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사람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대형차보단 소형차를 타기 시작했다. 소위 밸류카의 부활이다. 럭셔리카 부문에선 약세였지만 밸류카 부문에선 선전하고 있던 현대차가 주목을 받은 건 당연했다. 여기에 도요타자동차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지면서 반사이익도 누렸다.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 등 신흥국을 적극 공략하던 현대차의 경쟁력도 빛을 발했다. 하지만 2012년 연비 과장 사태로 인한 대규모 리콜이 발생하고 2013년 엔저가 심화되자 현대차는 힘을 잃었다.

 그런데도 센터장 5명은 모두 현대차를 사야 할 종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업체라면 현대차는 아직은 5위 업체다. 그만큼 성장할 여지가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센터장은 “1~3위 업체 판매대수와 비교하면 연간 200만 대가량의 격차가 존재한다”며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력 모델 신차가 출시됐거나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쏘나타, 기아차의 쏘울이 대표적이다. 중국 3공장이 올해 증설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상화 현대증권 센터장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지만 중산층이 늘면서 자동차 판매대수는 여전히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장 속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성장주’라는 게 현대차를 보는 센터장들의 생각이다. 다만 주가 등락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 투자가 적합하다. 지금 현대차에 무엇보다 필요한 건 엔저라는 외부 영향을 견디기 위한 체력이라고 했다. 바로 브랜드다. 이준재 센터장은 “이익을 늘리는 데엔 판매 확대와 가격 인상,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현대차가 지금까지 전자를 썼다면 이제는 후자를 써야 한다”며 “그러려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1차 협력업체 330여 개 사가 지난해 모두 1만7215명을 신규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이들 협력업체의 2012년 채용 인원 1만4531명보다 18.5%, 지난해 초 이들 업체가 세웠던 고용계획(1만 명)보다 70% 이상 많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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