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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저지른 교사 146명, 학교 안 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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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009년 3월 경북 포항의 초등학교 교사 임모(당시 29세)씨는 자신이 개설한 채팅방을 통해 만난 여고생 C양(17)에게 11만원을 주고 성관계를 맺었다 적발됐다. 하지만 검찰은 임씨에게 ‘성구매자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해당 교육청도 감봉 1개월의 경징계만 내렸다. 임씨는 현재 경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성범죄에 연루됐던 초·중·고 교사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최근 5년간 교사 징계의결서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성추행·성폭력·성매매 등 성범죄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교사는 모두 242명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을 넘는 146명이 견책·감봉·정직 등 경징계 처분만 받고 교단을 떠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임·파면 등 중징계를 받은 교사는 84명에 불과했다. 정년퇴임 등은 12명이다.

 특히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학생이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추행·성매매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도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 교사도 35명에 달했다.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다가 적발되거나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하는 등 일반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교단에 남아 있는 교사들도 100여 명에 이르렀다. 학부모와 간통을 한 교사가 그대로 교직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도 2건 있었다.

 성범죄에 연루돼 물의를 일으켰으나 경징계에 그친 교사들은 대부분 다른 학교로 전보 조치된다. 하지만 전근을 간 학교의 교장을 제외하곤 해당 교사의 성범죄 연루 전력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별도로 신상공개 명령이 내려지지 않는 한 성범죄 사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몰카’ 범죄나 ‘성매매’ 교사가 교단에서 수업을 하더라도 동료 교사나 학생들이 전혀 알 수 없는 셈이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서울지역 대표 이섬숙(54)씨는 “내 아이 담임이 성범죄 교사라면 어떻게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겠느냐”며 “ 올바른 성의식을 가르쳐야 할 교사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교단에서 퇴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성범죄 전력 교사를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는 성범죄자가 학교·보육 시설로부터 1000피트(305m) 이내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성범죄 교사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특히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모든 성범죄에 대해 자동 해임하는 것으로 징계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이유정·장혁진·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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