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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는 지금] "꼴에 스벅 오신 고객님, 커피 나왔습니다"…스타벅스에서 무슨 일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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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일러스트 김영윤 ]

 
“꼴에 스벅 오신 고객님,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실제 커피숍에서 이런 멘트가 나온다면? 물론 당황스럽다. 그런데 요즘은 이게 유행이다. 스타벅스에서 진행 중인 ‘콜 마이 네임(Call my name)’ 이벤트 때문이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이달초부터 고객이 스타벅스 카드(충전식 선불카드)로 결제할 경우, 주문한 커피가 나왔을 때 사전에 등록한 닉네임을 불러준다. 진동벨이나 주문번호 대신 닉네임을 호명해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겠다는 의미다. 닉네임은 6글자 이내로 직접 정할 수 있다.

감성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했지만 상황은 조금 재밌게 흘러가고 있다. 직원이 닉네임 뒤에 ‘고객님’이란 말을 붙이는 것을 이용해 기발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닉네임들이 등장하면서다.

위에서 언급한 ‘꼴에 스벅 오신’은 가장 재밌는 닉네임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외에도 ‘고작 이거 시킨’, ‘없는 형편에 온’, ‘북한에서 오신’ 등의 닉네임이 웃음을 자아냈다. 직원이 부르기엔 다소 난감하지만 센스와 재치를 겸비했다는 이유에서다. ‘저도 한 입만요’, ‘매장 내 모든’, ‘저랑 데이트 할’ 등의 닉네임도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직접 경험한 후기을 비롯해 닉네임 추천글이 올라와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오늘 퇴근길에 스타벅스를 갔다가 내 닉네임 때문에 점원도 나도 웃음이 터졌다. ‘키가 자라다 만 고객님, 카페라떼 한 잔 나왔습니다!’”고 글을 남겼다. 또 “‘저금통 털어온 고객님’이란 말에 매장에 있던 사람들이 폭소하는 광경을 봤다”, “‘올해 애인 생길 고객님’이라 불러주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등 후기를 볼 수 있었다.

해당 이벤트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도 이어졌다. “스타벅스 입장에선 돈이 안 들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밌는 이벤트일 듯”, “잘 안 가던 사람도 재미를 위해 스타벅스로 가도록 만드는 엄청난 행사다. 담당자는 승진하겠다” 등의 내용이다.

반면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닉네임을 불러야 하는 직원의 입장에선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짓궂은 닉네임이 늘어갈수록 더욱 그렇다. 경쟁사를 언급하는 ‘커피빈 매니어’나 직원의 발음을 시험하는 ‘경찰청청창살’ 등은 물론 성(性)적인 표현이 들어가는 닉네임도 그 중 하나다.

한 트위터리안은 “본인은 즐거울지 몰라도, 하루에 수백 고객의 닉네임을 불러야하는 직원들은 그 스트레스가 엄청나겠다. 읽는 이가 수치심을 느낄만한 닉네임도 적지 않을 테니 말이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을 희화화하는 닉네임은 문제가 없겠지만 직원들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는 닉네임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있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이벤트가 시작되고 일주일 만에 약 12만 명이 닉네임을 등록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그간에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소통의 경험을 원하는 고객들의 모습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닉네임 등록시 욕설·비속어 등 5000여 개 이상의 단어가 필터링돼 등록이 불가능하며, 필터링이 안된 곤란한 유형의 닉네임은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수정을 유도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직원들이 짓궂은 닉네임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새로운 소통 시도에 흥미로워 하며 고객과 더 많은 대화로 연결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혜은 기자 yhe11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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