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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파티 끝났다" 현오석 선언했지만 정치인 낙하산 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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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0일 취임한 김원덕(56)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은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이다. 이 공사의 주 업무인 토목·건축 감리와는 거리가 먼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를 주주총회에 추천한 곳은 대주주인 한국도로공사. 그런데 김원덕 사장은 친박계 전 의원 김학송(62) 도로공사 사장과 동문(건국대 정치외교학과)이면서 같은 당 출신이다. “모르는 사이”(김원덕), “김학송 사장은 전혀 관여한 바 없다”(도로공사 관계자)고 해명하지만 우연의 일치일까.

 공공기관 ‘낙하산 파티’가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이제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선언 뒤 벌어진 역설이다. 본지가 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사이트’를 통해 295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현 부총리 발언 이후 두 달 새 새로 임명된 40명의 핵심 임원(기관장·감사) 중 15명(37.5%)이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현 부총리 발언 전까지 임명된 정치인(5명) 수보다 세 배 늘어난 수치다. 김성회(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전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기관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감사 자리도 소리소문 없이 정치권 인사로 채워지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윤태진 감사(인천 남동갑 새누리당 후보) 등 6명이 연말·연초에 임명됐다. 반면 내부승진자·기업인은 한 명씩에 그쳤다.

 현 부총리 발언 이전과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 코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그 전까지는 공공기관 핵심 임원(120명)의 37.5%가 주무부처 공무원으로 채워졌다. 정치인은 4.2%에 불과했다. 정권 초 박 대통령의 ‘낙하산 근절’ 천명 효과로 공공기관장에 주로 정치색이 덜한 관료 출신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해 상반기 금융공기업을 중심으로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관치논란이 거세지자 기관장 인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반년 뒤 결국 빈자리는 낙하산 정치인으로 채워졌다.

 현 부총리는 14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낙하산 지칭을 받는 이들이라도 성과가 좋으면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명지대 문종진(경영학) 교수는 “민간의 유능 인재가 자유경쟁을 통해 들어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공기업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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