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귀환’.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OA의 실적 발표를 이렇게 평가했다. BOA는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순익은 34억4000만 달러(약 3조6500억원)로 1년 전보다 다섯 배 뛰었고 매출도 15% 늘었다. WSJ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사업의 부실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상당부분 떨어낸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웰스파고도 함께 웃었다. 1년 전과 비교해 10.2% 늘어난 56억1000만 달러 순익을 기록했다.
JP모건체이스의 처지는 정반대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5.3%, 순익은 7.1% 줄었다. 모기지 파생상품 불법 판매와 폰지(금융 다단계) 사기 연루 혐의로 소송전을 벌이고 벌금을 무느라 장사를 망쳤기 때문이다. 월가 ‘공룡’들에게 올해 실적 발표 시즌은 유난히 살벌했다. 미국 금융지도까지 달라졌다. 실적 부진으로 JP모건은 미 1위 은행(자산 규모 기준) 자리를 웰스파고에 내줘야 했다. 웰스파고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팀 슬론은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우리 회사가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하게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래는 절대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요 투자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은 실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안도하긴 이르다. 이날 ‘깜짝 실적’으로 미국 증시를 들뜨게 한 BOA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기지 금융사업은 크게 위축됐고, 각종 규제로 파생상품과 채권·주식 투자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