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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따리 들고 찾아온 요우커 392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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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1위는 중국인이었다. 일본인 관광객보다 120만 명이나 많았다. 지난해 연말 저장성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명동 거리를 걷고 있다. [김상선 기자]

“新年快? 恭喜??”(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돈 많이 버세요).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중심엔 명동관광특구협회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보내는 새해 인사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거리는 요우커(游客·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마치 차이나타운 같은 분위기였다. 의류매장 주인 최천주(43)씨는 “중국인 관광객은 계속 늘고 있는 반면 일본 관광객은 과거보다 확실히 줄었다”며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 비율이 8대 2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 명동 롯데백화점. 세일을 알리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층별로 세일 품목과 세일 기간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바로 옆에 같은 크기의 중국어 안내판이 서 있었다. 영어·일본어로 된 안내판은 보이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 옆 중국인 안내원은 요우커들의 질문에 응대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딸과 함께 지난 8일 입국한 중국인 왕리샹(49·여)은 “지난해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았는데 결과가 너무 좋았다”며 “이번엔 대학생 딸의 쌍꺼풀 수술을 해주기 위해 다시 왔다”고 말했다. 왕씨는 “한국은 면세점 상품 값이 중국보다 싸고 음식도 맛있다”고 덧붙였다. 생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나왔다는 리차오웨(49)씨는 “한국은 가깝고 부담도 덜해서 좋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밀려오는 요우커들이 우리나라의 외국인 입국자 통계를 52년 만에 바꿔놓았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392만 명으로 외국인 중 가장 많았다. 엔저 여파로 줄어든 일본인 방문객을 120만 명이나 앞질렀다. 요우커가 1961년 출입국 통계를 작성한 이래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 1위 자리를 지켜온 일본인을 밀어낸 셈이다.

 14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본부장 한무근)에 따르면 2013년 중국인 입국자는 전년(273만1121명)보다 43.6% 늘어난 392만3190명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1067만8334명) 중 36.7%를 차지했다. 법무부는 올해는 40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엔화 가치 하락으로 구매력이 줄어든 일본인은 전년 대비 78만 명(22.4%)이나 줄어든 271만5451명이 입국했다. 전체 외국인 방문객 가운데 비중도 2012년 34.5%에서 25.4%로 내려갔다. 박동철 법무부 사무관은 “중국인이 해외 여행, 구매력에서 일본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요우커 400만 시대’에 맞춰 롯데·신세계 등 국내 유통업계는 중국 현지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신세계·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일본인 매출은 15~30% 줄었지만 중국인 매출은 각각 87%, 110%나 늘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지난해 중국 국경절(10월 1일)과 춘절 기간에 중국인을 대상으로 면세점 할인쿠폰 수만 장을 뿌렸다.

 요우커의 1인당 면세점 쇼핑액수(12만원)가 내국인(4만원), 일본인(4만2000원)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김포공항은 올해부터 안내카운터 직원들에게 사이버 중국어 교육을 시키고 있다. 김해공항은 지난해 안내카운터 직원으로 중국동포를 처음 채용했다. 제주공항은 지난해 3월부터 중국어 통역을 배치했다.

 법무부 출입국본부는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에 직원을 동승시키고 있다. 선상에서 비자를 발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중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크루즈 관광객 수가 2012년 23만 명에서 49만 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올해부터는 중국 모든 공관에서 20~40달러의 추가 수수료만 내면 신청 다음 날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급행비자제도를 전면 시행했다.

글=정효식·이서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52년 만에 일본인 관광객 추월
1인당 면세점 쇼핑액 12만원
일본인 관광객의 3배 '큰손'
공항마다 중국어 통역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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