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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싱어 덕, 전국 명소 된 김광석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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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6일 대구 중구 방천시장 옆 김광석 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가수 김광석 얼굴이 그려진 벽화를 보고 있다. 길에서는 김광석의 히트곡이 계속 흘러 나왔다. [프리랜서 공정식]

가수 고(故) 김광석의 18주기인 6일 오전 대구시 중구 방천시장 옆 ‘김광석 길’. 김광석이 5살 때까지 살았던 주택가 골목이다. 폭 2.5m의 좁은 골목은 서울 등 전국에서 찾은 관광객 1000여 명으로 북새통이었다. 이들은 김광석이 기타를 치고 있는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골목 곳곳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히트곡 ‘서른 즈음에’를 따라 부르며 김광석을 추억했다. 길이 350m에 이르는 골목 벽면은 김광석의 사진과 벽화 70여 점과 그의 노랫말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이곳에서는 김광석 추모 콘서트가 열렸다.

 관광객 박상준(35·광주광역시 수완동)씨 부부는 “최근 방영된 JTBC의 ‘히든싱어2’ 김광석 편을 보고 그의 흔적을 찾고 싶어 왔다”며 “골목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김광석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김사량(27·여·서울시 양천구 목동)씨는 “김광석을 좋아해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찾았다”고 했다.

 대구 김광석 길이 관광명소로 뜨고 있다. 김광석 길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최근 히든싱어2 ‘김광석 편’ 방영 이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김광석 노래를 엮어 만든 뮤지컬까지 나오면서 40~50대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층에까지 김광석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2010년 9월 조성된 김광석 길은 이듬해까지 하루 평균 수십 명이 찾는 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히든싱어2 방영과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등 김광석의 히트곡이 음원 차트에 오르면서 하루 최대 1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타고 해외에까지 알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다.

 김광석 길은 인근 전통시장까지 살렸다. 이전까지만 해도 방천시장 62개 점포 대부분은 개점 휴업상태였다. 하지만 요즘은 시장 내 분식집 등에는 하루 수십 명이 찾고 있다. 방천시장 신범식(67) 상인회장은 “관광객 중 상당수가 시장을 찾는다”며 “최근 시장에 점포 7곳이 새로 생겼다”고 말했다.

 김광석 길은 이 지역 예술인과 상인들의 의기투합으로 탄생했다. 상인과 예술인들이 죽어가는 방천시장과 우범지대로 변한 시장 주변 거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김광석을 떠올렸다. 화가와 조각가 등 20여 명은 김광석이 태어난 주택가 골목을 벽화거리로 꾸미기로 한 것이다. 김광석이 어릴 때 살았던 집은 헐리고 없지만 지은 지 40년 넘은 주택이 30여 채나 남아 있어 관광자원 소재로는 충분하다고 봤다. 김광석의 실제 키인 1m64㎝ 크기의 조형물 2점과 벽화 등을 조성했다. 스피커도 20개를 설치했다. 여기에는 대구 중구청이 예산 7500만원을 지원했다.

 대구 중구청은 올해 김광석 골목 방송국을 만들 계획이다. 방송국에서는 관광객의 사연 등을 소개한다. 또 가수나 관광객이 김광석 노래를 부르는 공연 장소도 꾸밀 예정이다. 윤순영(62) 중구청장은 “김광석 길을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에 못지않은 세계적인 스토리텔링 명소로 꾸미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어제 18주기 … 1000명 행렬
3년 전 하루 수십 명 찾던 길
최근 외국인 관광객도 급증
손님 줄 서자 상인들도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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