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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료 월 1000원 … 알뜰폰으로 55만 명 갈아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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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12월 19일 알뜰폰을 판매하고 있는 서울 광화문우체국 창구. 우체국·대형마트 등으로 유통망이 확대되면서 요금이 싼 알뜰폰이 인기다. [뉴스1]

알뜰폰(MVNO)의 인기가 뜨겁다. 월 1000원 요금제(에넥스텔레콤) 등 파격적인 요금제가 출시되고, 우체국·이마트·새마을금고 등으로 유통망이 넓어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우체국에서는 판매할 알뜰폰 단말기가 부족해 서비스 개통이 지연될 정도다. 지난해 초 누적가입자 수 128만 명에 불과했던 알뜰폰 가입자가 연말에는 두 배 가까이(245만 명 추산)로 늘었다.

 알뜰폰의 장점은 무엇보다 저렴한 요금이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폰(피처폰) 사용 시 기존 통신사에 비해 30~40% 정도 저렴하다.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알뜰폰의 경우 기본요금이 이통사의 표준요금제와 비교해 월평균 8500원 정도 싸고 음성통화는 초당 0.3원 저렴하다. 음성통화를 월 100분 정도 사용할 경우 1만원 안팎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김홍철 회장은 “우체국 판매를 계기로 통신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의 장점이 많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동통신사를 바꿔 가입한 번호 이동 소비자 중 54만8470명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탔다.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가입자가 늘어난 LG유플러스(54만4979명)보다 알뜰폰의 가입자 증가 폭이 더 컸다.

 알뜰폰 요금이 저렴한 이유는 이동통신망 구축·운용비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이동통신망을 따로 갖고 있지 않은 사업자가 기존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망을 빌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선 2010년 7월 처음 서비스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초까지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고가 스마트폰 단말기를 2년 약정으로 사는 소비자들에게는 통신요금 인하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유통망이 약해 쉽게 가입하기 어려운 것도 걸림돌이었다. 지난해 3월 홈플러스에 이어 이마트도 10월 자체 알뜰폰 서비스를 선보였고, 농협·신협·수협 등도 알뜰폰 판매에 가세하면서 알뜰폰 소비자들의 접근성도 좋아졌다. 우체국에서는 지난해 9월 27일 전국 226곳(5급 이상) 지점에서 알뜰폰 판매를 시작한 지 100일이 지난 연말까지 4만 명이 가입했다.

 음성통화량이 많지 않고 데이터를 거의 쓰지 않는 학생·노년층을 중심으로 값싼 요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12월 초부터 KT망을 임대한 에넥스텔레콤이 우체국에서 월 기본료 1000원짜리 요금제를 선보이자 한때 가입자가 폭주해 관련 업무가 중단되기도 했다. 저렴한 요금으로 업무용 휴대전화와는 별도의 ‘세컨드폰’을 쓰려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최소 월 3만~4만원의 요금을 부담하며 프리미엄급 LTE 스마트폰을 쓸 필요 없는 중장년층이 알뜰폰을 선호한다”며 “자녀들이 우체국을 통해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게 알뜰폰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알뜰폰은 단말기 자체가 저렴하고 기존에 갖고 있던 구형 공단말기에 유심칩만 끼워 쓸 수도 있다. 또 사용 습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저렴한 요금제가 많다. 알뜰폰에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단말기를 그대로 쓰면서 통신 서비스만 바꾸는 후불요금제, 전화요금을 미리 지불하고 통화할 때마다 충전한 금액이 차감되는 선불제, 일정기간 단말기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요금 할인을 받는 약정제 등이 있다. 다만 LTE폰을 이용해 인터넷 등 모바일데이터를 많이 쓰는 가입자는 알뜰폰이 잘 맞지 않는다. 이통사들이 다 못 쓴 데이터를 이월하거나 기기 간 데이터 셰어링이 가능한 요금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 수요가 급증하자 알뜰폰용 단말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주로 중소업체가 많아 제조사로부터 단독으로 다량의 단말기를 공급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우체국 등에선 단말기 조기 품절로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올해 1분기 내에 단말기 공동조달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협회를 중심으로 단말기 제조사로부터 공동으로 단말기를 공급받겠다는 것이다. 김홍철 회장은 “단말기 수급 문제가 해결되면 올해 누적가입자 400만 명 달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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