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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동북아 격변 대비하는 컨트롤 타워로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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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新)갑오개혁을 제도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때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 중 하나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내실화다.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NSC 상임위원회와 사무처를 5년 만에 부활시키는 내용의 국가안전보장회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북한의 장성택 처형 이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응하는 한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NSC 상임위원장으로 임명해 외교안보 분야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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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기왕 NSC 사무처 조직을 부활하는 만큼 이를 단순한 안보협의체로 만들게 아니라 외교·통일을 총괄하는 기구로 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른바 ‘신 통리기무아문(統理機務衙門)’으로 만들자는 뜻이다.

 고종은 1880년 12월 청나라의 통리아문(統理衙門)을 본떠 통리기무아문을 설치했다. 대외관계를 관장할 뿐만 아니라 개화를 전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응하려는 조치였다. 통리기무아문은 신식군대인 별기군(別技軍)을 창설해 군사력 강화를 꾀하고, 일본과 청에 시찰단을 보내 새로운 문물을 흡수하려 했다. 하지만 1882년 6월 임오군란을 계기로 흥선대원군이 민씨 세력을 밀어내고 재집권하면서 통리기무아문은 폐지됐다. 새로운 NSC는 이처럼 미완에 그친 통리기무아문을 넘어 통일을 포함해 다가올 동북아 시대의 격변을 대비하는 종합적인 기구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정부에 북한의 큰 변화와 동북아의 경쟁·경합에 대응하는 외교안보 역량과 전략기획 역량이 있느냐”라며 “NSC 체제에 전략기획과 정보판단·분석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외교부 제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현재 한반도 상황은 외교·통일·국방을 묶는 그랜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NSC가 재출발하게 되면 중·장기 그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한반도 통일까지 고민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복합적 대전략(Grand Strategy) 수립을 위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유라시아와 전 세계의 중층적인 지형을 읽고 지도를 만들 수 있는 외교전문 인력이 필수적이다.

 1947년 NSC 체제를 출범시킨 미국의 경우 냉전의 설계자로 불리는 대외전략형 외교관 조지 케넌이 있었고, 닉슨 행정부에선 핑퐁외교로 미·중 수교를 이끈 헨리 키신저가 있었다. 지미 카터 행정부의 NSC 의장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등도 대전략가로 손꼽힌다. 그외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등 거대한 체스판을 움직일 전략가들이 풍부하다.

 최근 NSC를 발족시킨 일본의 경우도 컨트롤 타워의 수장으로 외교 전략가를 배치했다. 아베 총리의 ‘외교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 내정자다. 야치 국장은 전통 외교관으로 외무성 차관을 역임했으며, 아베 정권의 대아시아 외교 전략인 ‘아베독트린’을 구상한 당사자다.

 한국은 특정 분야에 치우친 인재가 많다. 노무현정부 때의 NSC는 통일부 장관이 상임위원장을 맡아 ‘통일주도형’ 성격이 강했다. 이에 비해 김장수 실장이 이끌고 있는 현재의 국가안보실이 주축이 될 박근혜정부의 NSC는 ‘안보주도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NSC 자체가 부처 간 조정과 통합이라는 역할을 맡게 되지만 컨트롤 타워의 수장부터 실무진까지 외교전문인력이 부족하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그동안 정부의 외교안보 인력을 보면 통일이나 안보에 치우쳐 통합적이고 구조적인 시각의 전략을 구상할 역량이 부족했다”며 “당장 상황이 닥치면 대처하는 식이 아니라 30~40년을 내다보고 큰 그림을 짤 수 있는 사람을 지금부터라도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민석·장세정·채병건·허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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