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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친노 대표 아니다 … 유연하고 유능한 진보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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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진보 진영이 보여준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문 의원은 이날 “우리가 우월감에 빠져 가치를 주장하는 방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를 고민하는 게 민주당 최고의 과제”라고 밝혔다. [강정현 기자]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2일 “나는 결코 친노의 대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JTBC 뉴스9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신년대담을 한 뒤 곧바로 중앙일보와 가진 심야 인터뷰에서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나는 민주당의 후보였고, 동시에 국민연대의 후보이기도 했다”면서 거듭 “나 문재인은 결코 친노의 대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친노는 없다’는 이른바 무(無)계보·탈(脫)계파선언이다. 이 자리에서 문 의원은 민주당의 현 상황을 “분명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오는 6·4지방선거 결과는 “박근혜정부의 중간평가가 좌우하게 될 것이므로 아직 알 수 없다”고 봤다.

당파적 사고 젖어있지 않나 스스로 반성

 - 정치인이 된 뒤 스스로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달라졌다. 민주당이라는 당파적 사고에 나도 모르게 젖어 있는 게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언제 그런 생각이 들었나.

 “전체적으로. 불과 엊그제 예산안 등을 통과시키느라고 12월 31일 밤을 꼬박 새우지 않았나. 전 과정들이 그렇다.”

 -당파적 사고를 보통 진영 논리라고 하는데.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가치들은 다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 보수는 합리적인 보수, 따뜻한 보수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진보도 중도층이나 합리적 보수까지 함께하는 유연하고 유능한 열린 진보가 필요하다.”

 -회고록에서 ‘우리가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게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썼다.

 “나는 진보적 가치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 낙오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애정, 복지, 생명, 환경, 사람 이런 가치들은 다 갖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이 더 서민을 위하는 정당이다. 그런데 왜 서민들조차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우리가 가치의 우월을 믿고 편협했던 게 아닌가, 주장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고민한다. ”

민주당, 6·4지방선거 분명한 위기 상황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지 않고 있는 건 진영논리 때문 아닌가.

 “나도 묘소를 참배할 때가 왔으면 좋겠다. 만델라 대통령 서거 때 인류가 존경을 바쳤지만 남아공의 화합이라는 것도 과거를 그냥 묻어둔 채 피해자들이 용서하는 게 아니다. 가해자가 진실을 고백하면 면책을 해주는 방식으로 화해와 통합을 이룬 것이다.”

 -민주당이 중도로 나가는 노력을 소홀히 해 지지율이 떨어진 건 아닌가.

 “그렇죠. 민주당이 그 점에서 성공 못했기 때문에, 말하자면 국민들에게 동떨어진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올해 지방선거에서 위기 상황인 것 같다.

 “민주당은 분명하게 위기 상황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점치기 어렵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정부도 참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서 의미를 갖게 되고 국민들이 여기에 더 무게를 둘 경우 민주당 지지도가 아니라 박근혜정부에 대한 평가가 선거를 좌우하게 될 거다.”

 -JTBC 인터뷰에서 ‘친노’의 존재를 새누리당이나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 강조했는데, 실체가 있는 것 아닌가.

 “강경한 주장을 하면 친노라고 하고 나를 비판하면 비노라고 한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가 된 후 후보 교체를 요구하는 후단협이 있을 땐 그런 분류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의미가 없다.”

 -새누리당의 친박이나 친이처럼 친노도 가치중립적으로 부르는 표현이다.

 “그거와는 다르다. 친박은 이명박정부에서 뭔가 차별화되는 것처럼 되니 박 대통령의 당선이 정권 교체라는 느낌을 주지 않나. 친박은 긍정적인 개념으로 쓴 것이다. 우리 쪽에선 친노라면 뭔가 감정이 담겨 있지 않나?”

 -야권은 지난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특검을 계속 주장해왔다. 올해도 계속되나.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특검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사실 과거 사례를 보면 특검이 진실을 규명하는 데 썩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에서 스스로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니 야권이 부득이하게 ‘출구전략’으로 그런 방법을 취하게 된 것이다.”

박 대통령 따뜻하고 합리적 보수 보여야

 - 장하나 의원이 대선불복 성명서까지 냈는데.

 “ 다들 정치적 견해가 있는 것인데 당이 통제할 수는 없죠.”

 - 그럴 때 문 의원이 나서 대선승복 문제를 좀 더 분명히 언급하는 건 어땠을까.

 “대선 승복, 저는 진작에 여러 번 했다. 우리 당도 누누이 천명을 했다. 승복 선언 여러 번 한다고 (국정원 댓글 문제가) 해결되나. 이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의 손에 있다. 아니, 세상에 야당이 뭐라고 하니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있을 수 있나. 오히려 여당이 대선불복으로 키워간 것 아닌가.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2003년 한나라당은 대선을 도둑 맞았다고 당선무효소송까지 냈다. 그때 우리가 한나라당에 대선불복한다고 핍박했는가.”

 문 의원에게 인터뷰 말미에 꼭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박근혜정부가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 야당이 도울 길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은 합리적이고 따뜻한 보수의 면모를 보였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신 후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대단히 권위적이다. 마치 다른 사람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대선 후보 시절의 초심으로 되돌아가서 국정운영기조를 전반적으로 바꿔야 남은 4년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글=채병건·하선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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