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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 괴물의 귀환 … 필드가 짧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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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009년부터 3년간 코리언 투어 드라이버 거리 1위를 지켰던 한국 골프의 최고 거포 김대현(26)이 올해 국내 무대로 돌아온다. 지난 2년간 PGA 투어 진출을 위해 미국에 머물렀던 그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한국 최고 장타자로 선 김태훈(29)에게 도전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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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현은 “무조건 거리에서는 1등을 하겠다”고 했다. “미국에 가서 잘라 치고 거리 맞추려다 생각이 많아져 오히려 망했다. 일단 멀리 쳐 놓고 웨지로 공격하는 게 내 스타일이고 그래야 성적도 다시 오를 것”이라는 이유다.

 영남 장사인 김대현(대구)이 호남 장사인 김태훈(익산)에게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물론 김태훈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김태훈은 371야드 홀에서 1온을 한 적도 있다.

 마음 먹으면 300m, 혹은 그 이상을 치는 두 선수는 체형이 비슷하다. 호리호리하고 유연하다. 웨이트 훈련을 많이 하는 편이다. 또 고향의 야구 거포와 친분이 깊다. 김대현은 삼성의 이승엽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김대현은 “승엽이 형이 공을 멀리 치는 근육을 키우는 법, 유연성을 기르는 방법, 또 멘털에 대해서 알려준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과거 해태에서 거포로 활약한 김준환 원광대 감독의 조카다. 김 감독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다.

 스윙 스타일은 다르다. 골프 하기 전 김대현은 높이뛰기, 김태훈은 아이스하키를 했는데 그 영향이 스윙에 확실하게 남아 있다. 김대현은 임팩트 후에도 얼마 동안 오른발을 땅에서 떼지 않는다. 김대현은 “높이뛰기 할 때 마지막 디딤발이 오른발이다. 높이뛰기처럼 오른발을 잡아 놓고 오른발 힘으로 친다”고 했다.

 김태훈은 체중 이동이 유려하다. 아이스하키는 미끄러지는 수평 이동의 힘으로 퍽을 때린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은 스윙 메커니즘이 비슷해 전반적으로 골프 실력이 좋고 거리가 많이 난다. 김대현은 김태훈의 스윙을 두고 “간결하며 거리를 내기 위한 완벽한 스윙”이라고 평했다.

 김태훈은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하는 동안 스윙 연구를 많이 했는데 대현이의 스윙은 체중 이동이 없어 공을 높이, 멀리 보내는 장점이 있지만 안정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대현은 이에 대해 “체중 이동을 나름 다 하고 많이 연습해 전혀 문제없다. 버바 왓슨도 나와 비슷한 스윙”이라고 했다.

 스윙은 다르지만 장타 비결은 같다. 멀리 치려는 욕망이다. 김태훈은 “어릴 때부터 형들한테도 거리에 지기 싫어서 온 힘을 다해 때렸고 그게 습관이 됐다”고 했고 김대현은 “공이 짧게 나가는 건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세 살 차이가 나는 두 선수는 지난해 가을 신한동해 오픈에서 처음으로 함께 라운드했다. 김태훈은 “당시 대현이가 슬럼프였다. 드라이버에 자신이 없어서인지 티를 낮게 꽂고 안전하게 치더라. 그러다 계속 나에게 거리에서 뒤지니까 기분이 나빴는지 티를 높게 꽂고 휘둘렀고 이후 엎치락뒤치락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두 대포의 본격적인 맞대결이 시작된다. 동료 선수들의 평가는 ‘최고로 멀리 치던 때 기준 김대현의 약간 우세’다. 김대현이 올해 얼마나 자신 있게 스윙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태훈은 “자신감이 중요해, 자기 최면을 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대현은 아마추어들이 거리를 늘리기 위한 겨울 훈련으로 복근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복근에 힘이 있어야 밸런스가 잘 잡히고 힘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거다. 김태훈은 “맨몸 스쿼트를 천천히 20개, 빠르게 15개씩 3세트를 해서 하체를 강화하는 게 최고”라고 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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