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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주식 팔고 2·3등주 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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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좋은 기업은 재무제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늘 다니는 길거리, 수퍼마켓, 집 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가치투자를 주창하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가 늘 강조하는 말이다.

펀드매니저들이 기업과 시장만 파고드는 건 아니다. 먹고, 자고, 일하는 모든 것들이 관찰 대상이다. 경기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어떤 산업과 브랜드가 뜨고 또 지는 지 포착해 투자 밑천으로 삼기 위해서다. 강 대표가 중국 출장 때 항상 들르는 곳도 현지 대형 유통매장이다. 어떤 제품이 가장 좋은 매대에 전시돼 있는지,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떤지 살피기 위해서다. 길거리를 다니면서도 그의 눈은 한시도 쉬지 않는다. “어떤 차가 많이 다니는지, 정비점에도 들러 어떤 회사의 타이어와 배터리가 많이 나가는지 살핀다”는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기업이 우량기업이고, 그 회사의 주식이 가치주라는 얘기다. 수년전 시멘트 관련 주식을 털어낸 것도 그런 관찰의 결과였다. 도심에 들어서는 빌딩의 외벽이 통유리로 바뀌는 것을 보고서다.

 그럼 펀드매니저들이 보는 앞으로의 경기 흐름은 어떨까. 지난해 투자 목록으로 보면 일단 ‘회복’에 베팅하고 있는 듯하다. 1등 주식을 팔고, 2·3등 주식을 사들이는 경향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차갑게 식었을 때는 1등 주식이 그나마 잘 버티는 반면, 온기가 돌기 시작할 땐 그간 많이 까먹었던 2·3등주의 주가의 오름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투신권은 지난해(12월23일까지) 3조44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중 삼성전자의 비중이 55.3%(1조9066억원)로 절반 이상이었다. 현대자동차(-2219억원)·현대건설(-2398억원)·네이버(-3914억원)·LG생활건강(-2792억원) 등 업종 대표주들도 많이 팔았다. 대신 2·3등주나 경기민감주는 사들였다. 현대모비스(1806억원)·이마트(1541억원)·하나금융지주(1412억원)·대우조선해양(1069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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