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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의 글로벌 포커스] 2014년 글로벌 경제, 희망이 보인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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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호 20면

새해를 맞아 누구나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질 게다. 그 가능성을 살피기 위해선 우선 세계 경제 여건을 따져봐야 한다. 한국은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한국과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맞붙었다. 올해가 2.8%로 그랬고, 내년 전망치도 3.5% 수준으로 같다. 내수 기반이 허약해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밝다는 사실이다.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출구 드러난 터널 속 세계 경제
“2008년 위기 이후 빨려든 터널 속에 여전히 갇혀 있긴 하다. 10년을 각오한 고난의 터널이다. 하지만 5년째였던 올해 한복판을 지났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저 멀리 터널 끝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출구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힘을 준다. 짙은 불확실성이 강요했던 막연한 불안감이 눈 녹듯 사라지고 있다. 희망과 자신감이 새해 화두로 떠오른다. 투자와 소비의 싹이 움트고 있다.”

지나친 낙관론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근거가 있는 얘기다. 우선 글로벌 경제의 4분의 1을 끌고 가는 미국의 회복세가 예사롭지 않다. 드디어 돈이 돌아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 일자리의 확대가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1%나 됐다. 올해 전체로 2%에 약간 못 미친 미 GDP 성장률은 내년에 3.3%까지 올라갈 것으로 월가와 경제 예측 기관들은 내다본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전망치(2.8~3.2%)를 상회하는 것이다. 시장은 실물경제에 앞서 뛰어가고 있다. 뉴욕 증시의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이유다.

내년 1월 시작되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컸지만, 경제의 정상화 과정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금리를 올려 돈을 빨아들이는 본격 출구전략은 빨라야 2015년이 될 것이라고 Fed는 밝혔다. 내년 한 해는 기준금리 ‘제로’의 호시절이 전개되는 셈이다.

미국이 끌고 유럽과 일본이 밀고
유럽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올해 -0.4% 성장으로 바닥을 찍고 내년엔 1%대 초반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아직 살얼음판이긴 하지만 유럽이 세계 경제의 뒷다리를 잡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 유로존 경제는 독일이 강하게 견인하는 가운데 스페인과 이탈리아·그리스까지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긴축과 채무 조정의 고통을 견뎌낸 덕분이다. 여전히 실업률(12.1%)이 고공행진 중이지만 내년부터는 꼬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더 내려서라도 경기 회복을 지원할 태세다.

일본 경제의 흐름도 나쁘지 않다. 아베노믹스 배터리의 충전량이 1년치 이상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이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제로금리로 돈을 무제한 찍어내고 재정지출도 확대한다는 의지가 워낙 강하다. 내년 4월 소비세 인상(5→8%)의 절벽도 타고 넘어 연간 GDP 성장률이 1.2% 선은 유지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다봤다. 달러당 110엔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엔화약세 덕분에 수출 대기업들의 이익이 급증할 전망이다.

반면 중국과 신흥국 쪽이 여전히 불안한 것은 맞다. 위기의 불씨가 남아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과 맞물려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신흥국 위기는 문제의 본질이 다 노출된 악재다. “예고된 위기는 실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시장의 정설이다.

중국은 과잉 부채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최근 자금시장이 또 한번 요동쳤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조용히 위기를 관리해 나가는 능력을 보여줬다. 시진핑 정부의 개혁 플랜이 자리를 잡기까지 경제가 다소 뒤뚱거리겠지만 7%대 초반의 성장은 내년에도 무난할 전망이다.

취약한 신흥국들 예방 접종 마쳐
인도·브라질·터키·태국 등 취약한 나라들에선 내년에도 산발적으로 지뢰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 선거가 겹쳐 정정 불안이 우려되는 나라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의 회복 흐름을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취약한 신흥국들은 지난 6월 Fed가 테이퍼링을 예고한 뒤 큰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이게 결과적으로 좋은 예방접종이 됐다. 악성 핫머니는 당시 대부분 빠져나갔다.

올 초 세계의 투자 고수들이 예견했던 ‘그레이트 로테이션’(채권→주식, 신흥국→선진국으로의 자금 대이동)은 적중했다. 내년에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경제 회복의 열쇠는 선진국과 글로벌 우량 기업들이 계속 쥐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모처럼 호기를 맞게 됐다. 여기에 올라타려면 정부와 기업·노조가 갈등의 고리를 끊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적절한 때 경제팀을 교체하고, 3월 임기를 맞는 한국은행 총재도 잘 뽑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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