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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소통 나선 박 대통령 … 새해 특사·기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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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경식 민정수석,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박 대통령, 박준우 정무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생계형 범죄에 대해 특별사면을 한다. 박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특별사면을 고려하고 있다”며 “내년 설 명절(1월 30일~2월 1일)을 계기로 특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사면) 대상과 규모는 가급적 생계와 관련해서 실질적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설 명절을 계기로 특사를 하기로 한 것은 최근의 정국·경제 상황을 두루 감안한 포석으로 보인다. 경제 지표들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어려운 만큼 이들을 감싸 안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철도노조 파업 사태와 최근의 지지도 하락 등 정치 환경도 사면을 단행하게 된 배경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다만 특사 대상을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한 생계형에 국한한 건, 대통령 사면권 남용이란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첫 사면인 데다 서민생계형 범죄라는 범위가 넓어 사면 규모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월이 지나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서민생계형 범죄가 대상인 만큼 음주운전의 경우에도 모든 음주운전이 대상이 아니라 택시나 트럭 운전사 같은 생계형 음주운전자가 대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중 일곱 차례 이상의 사면권을 행사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모두 아홉 차례 사면을 해서 사면권을 가장 많이 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일곱 차례만 사면을 했지만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을 기념해 481만 명의 운전면허 벌점 등을 감면해 줘 혜택을 본 대상이 1037만8742명에 달했다.

 또 박근혜정부를 제외하고 역대 정부는 모두 취임 첫해에 사면을 국민통합 카드로 사용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임기 첫해에 세 번(취임 계기, 석가탄신일, 광복절)을 했고, 나머지 대통령은 모두 두 번의 사면을 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사면을 시작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에 맞춰 사면권을 썼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매년 새해가 되면 대통령의 신년 구상과 어젠다, 정책 방향 등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밝혀오곤 했다”며 “그 형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내년에는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지 12월 23일자 8면> 그러면서 “여러 수석들께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국민들께 제시할 어젠다와 내용을 잘 준비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기자회견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것은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알리는 동시에 ‘불통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당초 신년 연설이냐, 신년 기자회견이냐를 놓고 고민하다 불통 논란을 차단하고 국민들에게 국정 운영 구상을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택했다고 한다. 회견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박 대통령이 신년사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힌 후 각종 현안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고 이에 답하는 형식이 될 전망이다.

신용호·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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