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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일상, 그리고 공감 … 까칠한 시대 TV의 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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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해 TV 예능 프로그램에선 케이블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각기 독창적 아이디어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꽃 보다 할배’(사진) [사진 JTBC·tvN·MBC]

이 시대 시청자들은 무엇에 울고 웃었을까. 페이스북 ‘드라마의 모든 것’팀이 진행하는 ‘드라마 썰전(舌戰)’에서 2013년에 부상한 주요 예능 트렌드를 짚어봤다. 올해 주목할만한 ‘예능 베스트 7’을 간추렸다. 이른바 무한경쟁의 사회, 잠시나마 웃음과 감동을 제공했던 프로그램들이다. 가족·연애 등 일상의 공감을 극대화한 기획이 인기를 끌었다.

 ◆케이블 예능 초강세=예능은 아이디어의 경연장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잡으려면 치밀한 계산과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드라마에 이어 예능에서도 케이블 강세가 눈에 띄었다. 지상파를 뛰어넘는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발상이 돋보였다. 케이블이지만 젊은 층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세대가 즐기는 예능 프로도 다수 선보였다.

 ‘드라마의 모든 것’ 팀이 뽑은 올해의 예능 베스트 7 가운데 네 편이 케이블 프로였다. JTBC가 ‘히든 싱어’ ‘마녀사냥’ ‘썰전’ 3편을 베스트에 올려 1위를 차지했다. 예능의 신흥강자임을 입증한 셈이다. tvN ‘꽃보다 할배’도 케이블의 약진을 입증했다. 지상파 프로로는 MBC ‘아빠 어디가’ ‘무한도전’,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 순위에 들었다.

‘썰전’ ‘아빠 어디가’ ‘히든 싱어’. [사진 JTBC·tvN·MBC]

 순위권 밖이지만 사이버 공간의 게임 캐릭터(아바타)를 인간(원본)이 흉내 내는 컨셉트인 tvN ‘지니어스’도 주목받았다. 눈치·두뇌·체력·설득력 등 총체적인 능력을 동원해 문제를 푸는 프로그램이다.

 베스트 7중에서도 최고로 꼽힌 ‘히든 싱어’와 ‘꽃보다 할배’는 동시간 지상파 프로를 뛰어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충격적인 첫 회부터 시즌2로 갈수록 완성도가 높아져 경이롭다”(‘히든 싱어’, 손병우 충남대 교수), “억지와 강요된 웃음 없이 대중적 호응을 얻어낼 수 있다는 좋은 예”(‘꽃보다 할배’, 임영호 부산대 교수)라는 평가다.

 ‘마녀사냥’과 ‘썰전’은 지상파 예능에서는 쉽지 않은, 섹스과 정치에 대한 과감한 토크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반면 ‘개그콘서트’ ‘1박2일’ ‘황금어장’ ‘힐링캠프’ 등 지상파 예능의 전통적 강자들은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독설은 가라. 착한 예능시대=지난해 지상파를 강타했던 가학과 독설은 사라졌다. 날 선 경쟁보다 출연자들의 조화와 협업에 초점을 맞춘 관찰예능(‘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꽃보다 할배’)이 대세였다. 인간적 약점을 드러내는 친근하고 따뜻한 캐릭터, 갈등을 중재하는 조정자형 캐릭터(‘아빠 어디가’의 윤후, ‘우리동네 예체능’의 조달환, ‘진짜 사나이’의 박형식·샘 해밍턴, ‘방송의 적’의 존박)도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기 절정이던 TV 오디션 프로의 추락도 주목된다. 팍팍한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이 더 이상 TV에서 독한 경쟁을 보고 싶어하지 않은 것이다. TV에서나마 위안을 받으려고 했다.

◆스타의 가족들 총출동=유난히 남성적 세계가 예능의 소재로 등장했다. 할아버지, 아빠, 군대, 독신남(‘나혼자 산다’) 등 남자 예능이 주를 이뤘다. 그와 함께 스타의 가족(자녀, 장모와 며느리 등)들이 줄줄이 TV로 불려 나왔다.

 스타의 어린 자녀들이 펼치는 동심의 세계는 인기를 끌었으나 “어린이들까지 TV앞으로 불러내는 한국 예능의 절박함”(홍석경 서울대 교수)에 대해선 비판적 의견도 나왔다. 김영찬 외국어대 교수는 “좋은 아빠상을 제시해 30~40대 가장들에게는 악몽 같은 프로(‘아빠 어디가’)” “제목부터 시대착오적인 군대예능(‘진짜 사나이’)”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의 캐릭터로는 단연 ‘아빠 어디가’의 윤후가 꼽혔다. “단순히 귀여움, 먹방(먹는 방송) 차원을 넘어 어린 아이지만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배려와 관용의 모습이 대중들이 지지하는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김주옥)는 평이다. ‘마녀사냥’ ‘SNL 코리아’ 등 19금 예능의 대표주자 신동엽, 정치예능 ‘썰전’에서 또 다른 재능을 발휘한 김구라, ‘SNL 코리아’의 ‘욕쟁이’ 김슬기 등이 부각됐다.

 올해의 연출은 독창적인 포맷 개발과 구성의 탄탄함을 선보인 ‘히든 싱어’의 조승욱PD가 뽑혔다. 그 어떤 프로보다도 연출자의 큰 그림이 중요했다는 평이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의 나영석PD도 언급됐다.

양성희 기자

◆ 드라마의 모든 것=페이스북 드라마·예능 비평그룹.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맞추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집단비평을 시도한다. 신문방송학과 교수, 드라마PD, 문화평론가, 기자 등 총 68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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