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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칼럼

협상을 비판하는 훈수꾼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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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교수
전 주한미국대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이 얼마 전 제네바에서 이란과 이룬 합의는 새로운 핵 보유국이 되려는 이란의 시도를 단념시키는 고된 과정의 훌륭한 시작이다. 이번 합의를 역사적인 성과라고 칭찬하기에도, 실패라고 쐐기를 박기에도 아직 이르다. 협상 테이블은 텔레비전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것과 크게 다르다. 협상은 다른 대안과 비교해야 하며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한다. 협상을 비난하려는 사람은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많은 제재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내놔야 할 것이다.

 워싱턴에서 전례 없는 당파 간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협정은 여러모로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초당적 외교정책이 이처럼 완전히,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건 전례가 드문 일이다. 전통적인 비둘기파 대 매파의 논쟁은 이제 고립주의 대 참여파의 분열로 바뀌었으며 이는 모든 정부기관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이어진다. 협정 발표 직후 많은 비평가가 이를 비난하면서 제재 덕분에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면, 제재를 계속했더라면 이란을 무릎 꿇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재가 협상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은 명백한 사실 앞에서 무력해진다. 강력한 제재에도 이란이 우라늄 농축 능력을 상당히 향상시켰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일부 비난은 외교를 통한 해결을 지지한 적도 없고 국제 협상장에서 상호 의견교환의 경험도 부족한 사람들에 의해 종종 제기된다. 그들은 협상 과정에서의 양보를 약점으로 여긴다. 제네바 회담에 대한 또 다른 비판으로 이 회담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북한과의 협상과 비슷하다는 것이 있다. 사실 두 협상은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6자회담에서) 북한과 협상에 나선 5개국은 북한이 취할 단계적 조치에 대한 교환으로 북한에 일정량의 중유 제공을 포함한 각자의 단계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 검증 체제를 거부하면서 이러한 단계적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자 상대방은 중유 제공을 중단했다. 심지어 미국 시장에서 영업하지도 않는 마카오의 은행에 미국 애국법을 적용해 2300만 달러가 든 (북한 관련) 은행 계좌를 동결하는 일도 생겼다. 북한은 결국 그 돈을 되찾았지만 당시 말한 이른바 ‘제재 완화’는 이번 제네바 회담에서 풀기로 한 수십억 달러의 (이란의) 동결 해외자산과 의미가 전혀 다르다. 2008년 후반 미국은 수개월간의 노력 끝에 의무 이행을 충분히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북한과의 협상을 끝냈다. 당시 북한은 (여러 개의 폭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충분한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흑연 감속 원자로의 폐쇄 및 해체의 검증을 허용할 준비는 됐지만 신고되지 않은 현장의 사찰을 허용할 준비는 되지 않았다. 이런 곳이 (핵물질) 농축활동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은 나중에 제대로 입증됐다.

 이란에 대한 제안은 단지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란은 국제사회의 구성원이 되도록 제안받았으며 이는 일부(분명히 전부는 아니지만) 이란 지도자가 분명히 원하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양자회담을 어떤 형태로든 지속하면서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포기하고 테러조직에 대한 지원을 그만둘 경우 얻을 수 있는 미래를 설계해나가야 한다. 어떤 것도 쉬운 것은 없겠지만 제네바 협정은 좋은 출발이다. 우리는 다음 협상에서 성공적인 협상을 기대하는 것보다 이를 계기로 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Project Syndicate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교수 전 주한미국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