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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병영 행복한 군대] "우리도 책 좀 보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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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1월 24일과 29일 본지가 진중도서관 건립 국민운동(공동대표 이동희.장만기)과 함께 군 병영에 도서관을 마련해준다는 안내 기사, 해군 2함대에 전투전단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는 기사가 잇따라 소개되자 군의 반응은 뜨거웠다.

국민운동 사무국으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사간동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 사무실은 도서 지원을 요청하는 군 관계자들의 전화가 하루종일 빗발치는 바람에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국민운동 사무국은 군 관계자들의 도서 지원 요청에 일단 정식 공문을 먼저 작성해 보내주도록 안내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문을 보내온 부대는 10여곳. 사무국 민승현씨는 "공문 작성 절차를 밟고 있는 부대까지 포함하면 대략 40~50여 부대에서 도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공문을 통해 보내온 사연도 가지가지다.

육군 6315부대와 서울경찰청 기동단 제 4 기동대.해군 포항병원 등은 도서관을 이미 마련해 놓고 서가를 채울 책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강원도 원통의 육군 을지부대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근무했던 부대"라고 운을 뗀 후 "한겨울 체감온도가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향로봉 고지의 경계 근무자들, 부대 내 야전병원의 입원 장병들에게 읽을거리가 필요한데 마땅히 구할 방법이 없어 입원 장병 면회객들을 통해 책이 반입되는 실정"이라며 도서 지원을 요청했다.

해병대 사령부는 백령도.강화도.연평도에 각각 주둔하고 있는 세개 부대 장병들이 "지역 내 문화적 환경이 열악하고, 도서지역 주둔으로 병사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도서관이 필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국군의무사령부 병원열차대 강종국(소령) 열차대장은 장문의 지원 요청 편지로 사무국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강종국 대장에 따르면 열차대는 매회 3백~4백명의 부상병들을 전방에서 후방 병원으로 후송한다. 길게는 11시간까지 걸리는 후송 과정 중에 병사들이 VCR를 시청하도록 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이동용 도서함을 마련했는데, 정작 확보한 책들은 형편없는 수준이어서 도서 지원이 절실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사무국에 따르면 모 사단장은 최근 사무국 직원들을 특별히 공관으로 초청, 점심을 대접하며 은근히 도서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제는 도서.성금 후원 규모가 빗발치는 지원 요청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사무국 직원들이 한숨만 푹푹 내쉴 정도다. 개인보다는 기업을 통한 큰 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

민승현씨는 "직접 부대를 다니면서 도서 확보 상태, 도서관 마련 실태를 확인해 보면 책 한권 후원이 그렇게 절실할 수 없다"며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부대의 후배들, 군에 보낸 친자식, 후배들에게 책을 보내준다는 생각으로 여러분들이 후원해 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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