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증권사, 인력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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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31.1%, -62.6%.

 올 한 해 증권업계가 겪은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다. 올 들어 하루 평균 주식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31.1% 줄었고, 2013 회계연도 상반기(4~9월) 국내 62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2.6% 감소했다. 주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매매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 증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10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된 일평균 주식은 7조4245만 주고, 거래대금은 5조9257억원이다. 일평균 주식 거래량은 8년, 거래대금은 7년 만의 최저치다. 거래량과 대금은 증권사 수익과 직결된다. 중개수수료, 즉 브로커리지 수익이 증권사 매출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평균 8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 거래가 일어나야 증권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최근의 주식 거래량 감소 추이를 감안할 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거래량 감소는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코스피 수익률 역시 정체 중이다. 코스피는 2년여 전부터 2000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그만큼 주식 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줄어든 셈이다. 자연스럽게 주식투자인구도 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투자인구는 502만 명으로 전년 대비 5.1% 줄었다.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투자 연령도 평균 48.6세로, 2000년(42세)과 비교하면 6살이나 많아졌다. 인구 고령화 여파가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나이가 많으면 그만큼 손실을 만회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거래량뿐 아니라 거래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는 소리다.

 게다가 올해 증권사엔 악재가 겹쳤다. 상반기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불거지면서 금리가 급등, 대규모 채권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올 4~9월 국내 자기자본 이익은 1조76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4% 감소했다.

 자산운용사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관투자가의 일임 투자가 늘면서 2013회계연도 상반기 국내 자산운용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맡기는 주식형 펀드 규모(ETF 제외)는 12조원가량 줄었다. 운용사 대표 상품인 적립식 펀드도 급감했다. 지난 10월 말 현재 정액 적립식 펀드 계좌는 172만 좌 규모로, 지난해보다 21% 줄었다.

 투자자들의 외면은 업계가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08년 모기지 증권 불완전 판매로 미국 증권사들이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았듯 한국에서도 대규모 손실을 안겨준 브라질·인도 국채 판매나 동양증권 사태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 수탁고가 주는 것도 판매사와 운용사 모두 가입만 권유했지 적절한 시점에 환매해야 한다는 걸 제대로 알리지 않은 탓”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연초 신흥국 국채 판매로 호조를 보였던 자산관리(WM) 부문의 성장도 신통치 않은 데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5대 대형 증권사에 투자은행(IB) 시장이 열렸지만 자기자본 10조원이 넘는 글로벌 증권사에 눌려 기를 못 펴는 상황이다. 인력 감축 외엔 별다른 구조조정 방법도 없다. 동양증권은 40여 명의 임원 중 절반가량을 줄이기로 했고, 유진투자증권은 직원 800명 중 40~50명가량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내는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전체 직원의 15%인 250명을 줄이고 급여도 20% 삭감하는 조정안을 추진 중이고, 신한투자증권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받고자 노조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10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체 직원의 20% 규모인 100명을 감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강종만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5000여 개이던 증권사가 4400개로 준 반면 한국은 오히려 늘었다”며 “적정 증권사 개수인 30여 개가 될 때까지 시장 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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