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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아호 딴 '운정회' 창립 … 충청권 결집 사랑방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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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휠체어를 탄 김종필 전 총리가 10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운정회(雲庭會)’ 창립식에 참석해 강창희 국회의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87세 고령의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11시 휠체어에 몸을 싣고 국회 헌정기념관에 들어섰다. 김 전 총리의 국회 방문은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취임식 이후 5년여 만이다. 그의 아호를 딴 ‘운정회(雲庭會)’ 창립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운정회는 김 전 총리와 인연이 있는 이들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모임으로 지난 10월 발족했다.

 회장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 부회장단은 9명(새누리당 정우택·이완구·성완종 의원, 조부영 전 국회부의장, 김진봉 전 의원, 이태섭 전 과기부 장관, 한갑수 전 농림부 장관, 심대평 전 충남지사,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이다. 창립식에는 이들 외에도 강창희 국회의장, 새누리당 서청원·이인제 의원, 정운찬 전 총리 등 충청권 출신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이 밖에 김수한·김재순·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홍구 전 총리 같은 정계 원로들과 새누리당 정몽준·김을동 의원,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전 총리는 “할 말이 참 많다”며 40여 분간 연설을 했다. 그는 “맹자께서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이라 했다”며 “요샛말로 민주주의와 자유를 누리려면 이를 뒷받침할 경제력을 먼저 건설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5·16 직후 박정희 대통령께서 아주 정확한 정치노선을 정립했다. 배고픈데 무슨 민주주의가 있고 자유가 있느냐”고 할 땐 목소리가 높이 올라갔다.

 김 전 총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 때문에 홍수가 나지 않았다는 말씀을 했다고 들었는데 천만에, 그 효과가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산에 가서 나무 자른 자는 엄히 다스리라고 산림청에 특별히 사법권을 줘 산을 보호한 덕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한·일 국교정상화 보상금(8억 달러)을 기대 이상으로 받아낸 일, ‘자의반 타의반’으로 외유에 나섰다가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정부에 알려 우리 쪽 인력을 파견하게 된 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를 찾아 “한국에 베트남전 파병을 부탁하라”고 막후에서 교섭해 결과적으로 파병이 이뤄지게 된 사실 등 현대사 뒷얘기를 풀어냈다.

 연설 말미엔 “저도 내일모레면 90이다. 사람이 나면 늙어가고, 병이 생기고, 죽는 경로(생로병사)를 밟는데, 저도 생로병(生老病)까지 왔다. 이제 죽는 것밖에 없다. 국립묘지엔 안 가겠다. 조상들, 형제들이 누워 있는 고향(충남 부여)에 가서 눕겠다. 누울 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행사 후 김 전 총리는 강창희 의장 등과 환담하면서 “야당은 실권을 쥔 사람들을 상대로 때려서 얻어내려고 하지 말고, 머리를 쓰고 지면서 이기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현명한 길”이라며 “물리력을 쓰면 결국은 손해”라고 조언했다.

글=김경희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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