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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개혁특위, 정국 새 암초 될 수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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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인 국정원개혁특위가 여야의 새로운 전장(戰場)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지난 3일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특위 설치에 합의했지만 국정원 개혁 방향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국정원개혁특위에서 시작된 여야 충돌이 국회 전체로 확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 합의문에 따르면 특위는 불과 2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올 연말까지 ▶국회 정보위원회의 상설 상임위화 ▶국정원에 대한 예산통제권 강화 ▶부당한 정치관여 행위 통제 ▶국회 정보위원의 비밀열람 허용 등을 입법·처리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및 국내정보 수집 업무 폐지, 국정원 자료제출 거부권 폐지 등을 요구해 왔지만 그에 대해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절대 불가’ 방침을 못박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최근 “국정원의 기능이 야당의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연말 국정원 내부 인사에 맞춰 자체 개혁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 장성택 실각설 등으로 대북관계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어서 국정원이 자체 기능 위축을 가져올 민주당 안을 수용할 여지는 더욱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합의문에 적힌 ▶국정원·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행위 처벌 강화 ▶정부기관 출입을 통한 국정원의 정보활동 통제 ▶사이버심리전 활동 규제 등의 내용도 사안의 성격상 어느 것 하나 손쉽게 합의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보다 댓글 사건 공세에 주력할 경우 특위 활동이 마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여야가 과연 약속대로 연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또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야 합의문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것도 변수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4일 의원총회에서 “특위 설치 합의는 정부 예산 통과를 위해 국가의 중추 정보기관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으로서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며 “특히 정보위 상설화에 합의한 것은 야당의 정보위 해체 주장에 동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다른 상임위와 겸임인 정보위를 상설 상임위로 전환하면 “종북 세력이 노리는 대로 국가 안보기관이 야당 눈치만 보고 할 일을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강경파들이 ‘특검 도입’을 관철하지 못한 것에 반발하고 있어 더욱 국정원개혁특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김기식 의원은 “뭘 위해 (여당과) 싸웠는지 잊어버리고 본말이 전도됐다. 특검에 대해 연말까지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강경파를 달래기 위해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특검 관철을 위한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특위에서 쉽사리 합의를 안 해줄 경우 예산안 처리와 연계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연말 이전까지 국정원 특위는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예산안과 국정원개혁특위는 별도의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정개특위도 논란 불가피=여야가 국정원개혁특위와 함께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정개특위가 구체적인 법 개정 논의에 나설 수 있게 된 만큼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라는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책임 있는 논의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 기초선거 공천 폐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수도권 기초단체를 휩쓸었는데 내년에 정당 공천을 안 하면 민주당이 다수인 현역 단체장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가 된다”고 말했다.

이소아·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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