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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요구대로 다채널 도입 땐 국민 90%는 TV 새로 사야 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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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상파 방송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방송협회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시장 균형발전을 위해 지상파에 대한 지원정책이 시급하다”며 “5일 발표 예정인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다시 수립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 공동성명을 낸 데 이어 두 번째 압력행사다.

 KBS, MBC, SBS 정책본부장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만나겠다며 정부과천청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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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상파 중심의 UHD(Ultra High Definition·초고화질)방송 정책 추진 ▶지상파 MMS(다채널서비스) 독점 허용 ▶중간광고 허용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UHD정책을 지상파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HD는 현재의 HD(고화질) 방송 화질보다 네 배 이상 선명한 차세대 방송서비스다. UHD 방송을 하려면 카메라부터 송출, 중계시스템까지 전부 바꿔야 하는데 여기에만 6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또 시청자도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전용 TV를 새로 사야 한다. 현재 65인치 UHD TV 가격은 500만원이 넘는다.

 지상파 3사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UHD 제작 시설 구축을 위한 재정지원 ▶중간광고 허용 등을 요구했다. KBS는 특히 정부의 재정지원과 별도로 UHD 콘텐트 제작에 돈이 많이 든다며 UHD TV를 보유한 가구에 더 비싼 수신료를 받겠다는 의견까지 냈다. 이 밖에 통신사들이 최소 1조원 이상을 내고 사용하는 주파수 54MHz(9개 채널용)를 UHD용으로 공짜로 쓰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들이 당장 UHD 방송을 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는 속내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상파의 요구는 UHD 방송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 중간광고 같은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달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나중에는 정부가 UHD 전환 비용까지 모두 보전해달라고 주장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케이블, IPTV가 UHD 서비스를 하면 원하는 사람만 비용을 지불하면 되지만 지상파로 UHD 정책을 추진하면 온 국민이 지상파를 보기 위해 UHD TV를 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과의 공정 경쟁을 위해 지상파에 MMS를 도입하고, 중간광고까지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지상파 3사와 지상파 계열 PP의 광고 시장 점유율이 이미 70%를 넘는데도 광고수입을 더 늘리겠다는 얘기다.

 MMS와 관련해서도 기존 지상파 방송사에만 HD채널 1개씩을 추가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공공재인 전파를 계속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지상파 HD 채널을 확대할 경우 현재 사용 중인 대부분의 TV가 무용지물이 된다. 추가 채널은 기존 채널(MPEG2)과 다른 압축방식(MPEG4)을 사용하는데, 현재 시판된 TV 중 이 신호를 읽을 수 있는 것은 3DTV가 유일하다. 기존 디지털TV는 물론 최신형 스마트TV도 ‘먹통’이 된다. 현재 전체 디지털TV 중 3DTV의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지상파 채널 4개를 더 보려면 대다수 국민이 수백만원을 들여 TV를 다시 사야 한다. 지상파들은 “다채널서비스로 시청권이 확대된다”고 홍보하면서도 시청자들의 부담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강태화·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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